댓글 공작 알고도 덮었다… MB국정원 댓글 수사 조직적으로 방해

입력 2017-11-26 18:04 수정 2017-11-26 22:40
사진=뉴시스

검찰, 중간수사 결과 발표

2013년 수사에 대응 TF팀 조직
서천호 등 2년간 매일 대책회의
원세훈 측에 대응 문건도 전달
국정원, 수사 한 달 전 이미 파악

檢, 장호중 등 6명 구속기소

박근혜정부 시절 국가정보원이 댓글 공작의 전말을 파악했음에도 사건을 은폐하고 수사·재판을 방해한 사실이 검찰 수사 결과 밝혀졌다.

국정원은 2013년 4월 검찰이 ‘댓글 사건’ 수사에 착수하자 현안대응 태스크포스(TF)를 조직했다. 서천호 당시 국정원 2차장을 중심으로 2년간 매일같이 회의를 열어 대책을 논의했다. 이들은 우선 검찰의 압수수색에 대비해 가짜 심리전단 사무실을 만들고 위장 자료를 비치했다. ‘정당한 대북 심리전 활동 중 발생한 일부 직원의 개인적 일탈 행위’라는 대응 논리를 세우고 수사·재판을 받는 심리전단 직원들에게 허위 진술과 증언을 강요했다. 일부 직원의 경우 러시아로 예정에 없던 출장을 보내 불리한 증언을 봉쇄했다. 국정원 파견 검사와 소속 변호사들이 작성한 재판 대응문건 130여건을 원세훈 전 국정원장의 변호인에게 전달하기도 했다.

국정원은 검찰 특별수사팀이 구성되기 한 달 전인 2013년 3월 심리전단 직원 85명이 1인당 최대 60여개의 아이디를 활용해 포털 사이트와 트위터에서 댓글 공작을 벌인 사실을 내부 감찰을 통해 파악한 상태였다. 하지만 여론조작 활동의 진상이 드러날 경우 박근혜정부의 정통성에 시비가 생기는 것은 물론이고 국정원도 존폐 위기에 처할 수 있어 사건을 은폐한 것으로 파악됐다.

서울중앙지검 국정원수사팀은 26일 서 전 차장을 비롯해 장호중 법무연수원 연구위원(검사장), 이제영 대전고검 검사, 고일현 전 국정원 종합분석국장을 국정원법 위반 및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 위증교사 등 혐의로 구속 기소했다. 앞서 같은 혐의로 문정욱 전 국정원 국익정보국장, 김진홍 전 심리전단장도 재판에 넘겨졌다. 변창훈 서울고검 검사는 구속전 피의자심문에 앞서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 검찰은 ‘공판진행상황’ 문건 등을 직접 보고받은 남재준 당시 국정원장을 계속 수사할 방침이다.

당시 국정원이 윤석열 현 서울중앙지검장을 팀장으로 한 특별수사팀을 와해시키기 위해 공작을 벌인 사실도 새롭게 드러났다. 검찰은 현안 TF가 청와대 민정수석실 등에 보고하기 위해 작성한 수사 대응 문건을 최근 국정원에서 넘겨받았다. 이 문건에는 ‘정무 감각이 부족한 특수통 검사들이 댓글 수사를 주도하면서 정부의 정통성이 심각한 타격을 입을 수 있게 됐다’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 검사의 출신지와 학생운동 전력을 구체적으로 거론하며 수사팀 교체를 건의한 사실도 파악됐다.

신훈 기자 zorb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