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제에도 계속 뛰는 아파트 값

입력 2017-11-27 05:00

집값 8·2 대책 이전 수준 넘어
잇단 초강수 부동산 시장 내성
공급량 감소도 상승 부추겨
보유세 인상 도입 여부 주목

8·2 부동산 대책 등 정부의 강력한 규제에도 불구하고 서울 아파트 값이 또 오르고 있다. 오름폭도 커졌다. 특히 재건축 아파트를 중심으로 대책 이전보다 1억원 이상 뛴 단지도 있다. 투기과열지구 지정 등 정부의 초강수가 일단 실패로 끝난 가운데 최근 김동연 경제부총리가 보유세 인상에 대해 긍정적인 의견을 밝히면서 시장이 다시 들썩일 것으로 전망된다.

26일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지난 20일 기준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은 전주 대비 0.18% 상승했다. 1주일 전(0.09%)보다 상승폭이 2배로 확대됐다. 8·2 대책 이후 15주 만에 최대 상승폭이다. 송파구(0.45%), 강남구(0.31%) 등 강남4구뿐 아니라 성동구(0.33%), 마포구(0.11%) 등도 전주보다 오름 폭이 1.5∼3배 확대됐다.

부동산114 통계에서도 지난주 서울 아파트값 상승폭(0.26%)은 전주(0.25%) 대비 확대됐다. 특히 재건축 아파트값 상승률이 0.54%를 기록했다. 이는 지난 8월 4일(0.74%) 이후 최고치다. 거래량은 바닥을 치고 있지만 호가와 실거래가는 동시에 상승하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집값은 8·2 대책 이전 수준을 뛰어넘고 있다. 국토교통부 등에 따르면 서울 송파구 잠실 주공5단지는 최근 4000만∼8000만원가량 가격이 올랐다. 지난 7월 15억∼15억7000만원에 거래됐던 전용 76㎡는 8·2 대책 이후 15억7000만∼15억9000만원에 팔리다가 9월에는 16억원을 돌파했다. 이 단지 전용 82㎡는 이달 초 17억4000만원에 실거래된 뒤 현재 호가가 18억3000만원까지 뛰었다.

업계에선 정부가 규제를 남발하면서 투기과열지구라는 최고 수준의 조치가 맥을 못 출 정도로 부동산 시장에 내성이 생겼다고 분석하고 있다. 저금리 기조에 넘치는 유동성이 부동산으로 몰리고 있는데다 내년부터 초과이익환수제 부활을 앞두고 강남 재건축 단지가 사업의 속도를 내고 있는 것도 아파트 값 상승을 부추기는 요인이다.

정부 규제로 인한 수요 감소보다 공급이 더 많이 줄어든 것도 집값 상승의 원인이다. 부동산114 함영진 리서치센터장은 “거래량이 급감한 상황에서 그나마 거래되는 1∼2개의 물량이 시세를 올리는 추세”라고 진단했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서울은 재건축이나 재개발 등 도시정비사업 외에는 공급이 어려운데 공급 대책 대신 수요 억제만 한다면 집값 잡기는 요원하다”고 지적했다.

박세환 기자 foryo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