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연말 임원 인사에서 세대교체 바람이 불고 있다. 50대 최고경영자(CEO)가 잇따라 발탁되고 30, 40대 임원도 늘고 있다. 연공서열에서 벗어나 성과에 따라 보상하고 젊은 리더십으로 과감한 경영쇄신을 하겠다는 기업의 의지가 반영된 결과다.
26일 단행된 코오롱그룹 임원 인사에서도 50대 초반 CEO가 여럿 나왔다. 그룹 지주회사인 코오롱 유석진(53) 전무는 부사장으로 승진하면서 코오롱 대표이사가 됐다. 코오롱플라스틱 대표이사를 맡게 된 김영범(52) 신임 부사장도 50대다. 같은 나이인 윤영민(52) 전무는 부사장으로 승진하면서 코오롱 인더스트리 FnC 부문 최고운영책임자(COO)가 됐다.
코오롱그룹은 “이번 인사로 그룹 CEO 평균연령이 58세에서 56세로 낮아졌다”고 설명했다. 코오롱은 아울러 안병덕(60) 코오롱 대표이사 사장을 그룹 부회장으로, 장희구(58) 코오롱플라스틱 대표이사 부사장을 코오롱인더스트리 대표이사 사장으로 승진 임명했다. 코오롱그룹에서 부회장 임명은 9년 만이다. 》인사 명단 21면
올해 50대 CEO로의 세대교체는 삼성전자에서부터 시작됐다. 삼성전자는 최근 부문장과 사장 인사에서 승진자를 모두 50대로 구성했다. 세 부문장인 김기남(59) 김현석(56) 고동진(56) 사장 모두 50대이며 평균 나이는 57세다. 사장 승진자 7명도 모두 50대로 평균 55.9세다. 지난 24일 임원 인사를 한 CJ그룹도 주요 계열사 대표이사를 50대로 세대교체했다. 현대중공업도 지난 14일 대부분 계열사 대표를 50대에게 맡기는 인사를 단행했다.
기업 CEO의 평균연령이 낮아진 것은 성과주의 원칙이 적용됐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나이나 근무연수가 아닌 철저히 업무성과 위주로 승진 대상을 고른 결과라는 것이다. 삼성전자는 “핵심사업 성장을 이끌어온 주역을 사장으로 승진시켰다”고 설명했다. 코오롱도 “성과에는 반드시 보상이 따르는 원칙이 지속적으로 반영된 인사”라고 말했다.
기업 환경의 급속한 변화도 젊은 리더십을 불러온 요인이다. 인공지능(AI), 사물인터넷(IoT) 등 기술의 발전 속도를 따라잡으려면 민첩하게 판단하고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는 능력이 요구된다. 한 기업 관계자는 “젊은 피를 통해 미래 성장동력을 찾자는 의미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40, 50대 오너 2·3세가 경영하는 기업은 총수의 나이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49세, 이재현 CJ그룹 회장은 57세다. 최태원 SK그룹 회장도 57세다. SK그룹은 지난해 말 50대 CEO를 전면에 배치했다.
50대 CEO의 등장에 따라 40대는 물론 30대 임원도 나타나고 있다. 삼성전자에선 40대 부사장이 2명 배출됐고 CJ그룹에서는 39세 임원이 나왔다. 재계에선 임원 세대교체 현상이 다른 기업으로 확산될 것으로 보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새로운 리더십으로 돌파구를 찾자는 흐름을 거스르기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권기석 기자 keys@kmib.co.kr
코오롱도 50대 CEO 발탁… 재계, 세대교체 강풍
입력 2017-11-27 05: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