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러시아가 상대국의 국·공영 매체를 사실상 스파이로 간주하고 통제 작업에 들어갔다.
러시아 국영 매체 스푸트니크 통신 등은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자국에서 활동하는 외국 언론 지사를 ‘외국 대행사(foreign agents)’ 명단에 올리는 내용의 법안에 서명했다고 2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 개정안은 앞서 러시아 상·하원을 모두 통과했다.
이날 발효된 법은 외국 정부나 단체로부터 재정 지원을 받는 매체를 외국 대행사로 간주할 수 있도록 규정했다. 그동안 비정부기구(NGO)를 대상으로 해온 등록 의무화 조치를 외신으로 확대한 것이다. 외국 대행사로 지정되면 당국의 감시와 제재가 용이해진다.
개정법은 러시아 내 미국 언론의 활동을 제약하기 위한 조치로 해석된다. 지정 권한을 가진 러시아 법무부는 지난 16일 미국의 소리(VOA) 방송과 CNN방송, 자유유럽라디오(RFE), 자유라디오뉴스(RLN) 등 9개 매체에 외국 대행사 지정 가능성이 있음을 통지했다.
러시아 정부 관계자들은 미 정부가 최근 러시아 방송 RT(과거 러시아투데이)의 미국 지사를 외국 대행사로 등록하도록 한 데 따른 보복 조치라고 설명했다고 CNN은 전했다. RT에 적용한 외국 대행사 등록법(FARA)은 미국 정책이나 여론에 영향을 주려는 정부나 개인, 기관을 모두 외국 대행사로 등록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RT는 러시아 정부가 미 대선에 개입했다는 보도가 나온 뒤 지난 1년간 미국에서 광범위한 조사를 받았다. 당시 보도에서 RT는 러시아 정부를 위해 전략적 메시지 전파 역할을 수행하면서 미국 정치에 영향력을 행사하고 내부 불만을 고조시키려 한 것으로 전해졌다.
강창욱 기자
미·러 언론통제 보복전… 상대국 언론사 등록 의무화
입력 2017-11-26 18:27 수정 2017-11-26 22: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