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건 중 6건 표준계약서 안써… 중소제조업계 하도급의 비애

입력 2017-11-26 18:18

중소기업 하도급 계약 10건 중 6건은 표준계약서를 쓰지 않는 등 공정하지 않은 하도급 거래 관행이 여전한 것으로 드러났다. 징벌적 손해배상 등 처벌을 강화해야 한다는 중소기업계의 목소리가 높다.

중소기업중앙회는 지난달 중소제조업체 500개사를 대상으로 실시한 ‘2017 중소제조업 하도급거래 실태조사’ 결과 전체 하도급 계약의 58.2%가 표준하도급계약서를 사용하지 않았다고 26일 밝혔다. 특히 41.1%는 발주서·메일 또는 구두로 위탁이 이뤄져 불공정 행위가 발생할 경우 수급사업자의 피해구제가 쉽지 않았다. 불공정 하도급 거래가 발생하는 원인으로는 ‘법·제도적 기반 미흡’이 32.1%로 가장 높은 응답률을 보였다.

하도급 대금의 평균 수취기일이 현금은 33.2일인 반면 어음은 평균 109.7일로 어음이 3배 이상 길었다. 어음결제는 중소기업 자금난의 원인으로 지목돼 정부가 단계적으로 폐지하겠다고 이미 밝혔다. 하지만 중소제조업체가 지급받는 하도급 대금의 결제수단 비중 가운데 어음은 여전히 21.8%를 차지한다.

제조원가가 오른 업체는 49.8%로 절반에 달했지만 납품단가가 오른 업체는 17.8%에 불과했다. 중소제조업체가 제조원가 인상 압박을 느끼고 있지만 실제로 납품단가에 반영되기는 쉽지 않다는 의미다.

불공정 하도급 거래 개선방안에 대한 의견은 ‘법 위반사업자에 대한 처벌 강화’가 49.6%로 가장 많았다. 이어 ‘법·제도 개선’(47.8%), ‘주기적 실태조사 및 직권조사 실시’(34.6%), ‘원사업자에 대한 공정거래 의무교육 실시’(22.2%) 순이었다. 수급사업자의 불공정 피해를 구제하기 위해서는 징벌적 손해배상 강화 및 확대(50.6%), 하도급법상 손해배상 절차 도입(19.8%), 손해배상 소송 시 법률지원 강화(18.6%) 등이 필요하다고 응답했다. 김경만 중기중앙회 경제정책본부장은 “하도급 불공정 행위는 계약체결 단계에서 계약조건이 원활히 공유되지 않거나 협의되지 않아 발생하는 경우가 많다”며 “표준계약서 사용 확산 및 중소제조업체에 부담이 전가되는 어음제도에 대한 개선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글=유성열 기자 nukuva@kmib.co.kr, 그래픽=이석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