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이 망해도 5000만원까지 예금을 보호해주는 우리나라의 예금보호 한도가 주요국에 비해 지나치게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향후 한도를 올릴 경우 도덕적 해이를 막기 위해 은행과 제2금융권 사이 한도 차이를 둬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금융연구원 이재연 선임연구위원은 26일 금융 포커스에 ‘예금보호 한도 상향 조정 필요성 검토’ 보고서를 게재했다. 보고서는 한국의 예금보호 제도부터 살폈다. 우리나라는 1995년 예금보험 제도를 도입했으며 당시 한도는 2000만원이었다. 외환위기로 은행 구조조정 바람이 불던 1998년엔 예금보험 한도를 파격적으로 전액 보호로 바꾸었다. 뱅크런 방지와 금융 시스템 안정을 위해 절실했던 시기였다. 이후 2001년 부분보호 제도로 복귀해 16년 넘게 현 5000만원 한도를 유지하고 있다.
이 5000만원 한도는 미국, 유럽연합(EU)과 견줘 과도하게 낮은 수준으로 파악됐다. 특히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기점으로 주요국의 예금보호 한도가 대폭 높아졌다. 미국은 1934년 대공황 당시 세계 최초로 예금보호 제도를 도입했으며 7차례에 걸쳐 예금보호 한도를 늘려와 지금은 25만 달러(2억7100만원)까지 영구적으로 보장하고 있다. 유럽도 금융위기 직후부터 ‘2만→5만→10만 유로(1억2900만원)’로 예금보호 한도를 늘려 왔다. 금융시장 안정 목적뿐만 아니라 ‘은행이 망했다고 왜 내 돈이 사라져야 하느냐’는 금융 소비자의 어필이 통한 결과다.
보고서는 향후 예금보호 확대 시 도덕적 해이에 주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특히 은행보다 상대적 고금리를 주는 저축은행의 경우 대부분 예금이 딱 5000만원까지만 통장에 들어 있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고 밝혔다. 리스크가 낮은 은행엔 5000만원 넘는 예금이 수두룩한 점과 대조적이다. 1금융권인 은행과 2금융권인 저축은행 상호금융 등에 동일 예금보호 한도를 적용하면 결국 상대적 고금리를 쫓아 2금융권 예금 유입이 가속화될 것이란 예측이다. 보고서는 결론으로 “금융업권별 특성을 반영해 차등화된 한도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우성규 기자 mainport@kmib.co.kr
“예금보호 한도 너무 낮아”
입력 2017-11-26 19:31 수정 2017-11-26 22:5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