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니’ ‘좋아’ 하반기 가요계 접수

입력 2017-11-27 05:06

올 하반기 가요계는 가수 윤종신(48)이 부른 발라드 ‘좋니’와 윤종신 사단의 신인 민서(21)가 부른 답가 ‘좋아’가 접수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좋니’는 지난 6월 22일 발매돼 7월 주요 음원차트 상위권에 안착하며 역주행을 시작했다. 8∼10월에는 정상을 차지하며 돌풍을 일으켰다. 반면 ‘좋아’는 지난 15일 발매돼 차트에서 2주 가까이 정상을 유지하고 있다. 세 달가량 차트를 접수한 ‘좋니’ 열풍이 ‘좋아’의 인기로 이어져 하반기 차트를 잠식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좋아’는 나온 지 오래되면서 자연스럽게 떨어진 ‘좋니’의 순위를 10위권 내로 다시 끌어올리면서 시너지 효과를 내고 있다.

두 곡은 멜로디 라인이 같고 이별 정서가 공통적이다. 가사와 편곡만 달라졌을 뿐이다. ‘좋니’는 ‘좋으니 그 사람 솔직히 견디기 버거워/ 네가 조금 더 힘들면 좋겠어’라며 떠나간 연인을 그리워하는 마음을 솔직하게 털어놓는다. 반면 ‘좋아’는 ‘좋아 사랑해서 사랑을 시작해서/ 다신 눈물 흘리지 않을 거야’라며 이별 후 후회하지 않으려는 마음을 풀어놓는다. 두 곡의 가사는 모두 윤종신이 쓴 것으로 곡을 이어보면 질문과 답 형식으로 완성된다.

두 곡의 돌풍은 어떤 이유로 계속되는 걸까. 김윤하 음악평론가는 “두 곡은 모두 윤종신 스타일의 발라드”라며 “윤종신을 좋아하는 고정팬층이 확장하면서 생긴 결과”라고 설명했다. 이어 “서사가 흥미를 끌고 계절적으로도 잘 어울린다”고 덧붙였다. 서정민갑 음악평론가는 “남성이 부른 곡을 여성이 부르면서 질감이 달라졌다”며 “‘너만 힘든 것 같니’와 ‘제발 유난 좀 떨지마’ 가사처럼 여성의 심정을 솔직히 얘기해 공감을 얻었다”고 진단했다.

두 곡의 인기는 가요계에도 의미가 있다. 임진모 음악평론가는 “원곡과 답가가 연이어 정상에 오른 건 초유의 일”이라며 “이번 일이 물꼬가 돼 앞으로 원곡과 함께 인기를 끄는 답가가 나올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음악평론가인 김작가는 “콘텐츠의 전략적 재활용”이라며 “그동안 후속곡은 완전 다른 곡이 돼야 한다는 불문율이 있었는데 멜로디는 그대로 가져가고 가사와 편곡만 바꿔 적합한 시점에 내놓으면서 그걸 깨트렸다”고 분석했다.

윤종신은 공교롭게도 두 곡을 대형 신인 보이그룹 워너원의 데뷔와 컴백 시기와 비슷하게 내면서 ‘워너원 저격수’라는 별명을 얻기도 했다. ‘좋니’는 지난 7월부터 인기를 모으면서 8월 데뷔한 워너원의 데뷔곡 ‘에너제틱’과 걸그룹 레드벨벳의 ‘빨간맛’, Mnet ‘쇼미더머니6’의 음원을 차트에서 끌어내리는 이변을 연출했다. ‘좋아’도 비슷한 시기에 나온 워너원의 신곡 ‘뷰티풀’과 레드벨벳의 ‘피카부’를 차트에서 누르면서 장기 집권을 예고하고 있다.

민서의 행보는 곧 정식 데뷔를 앞둔 신인치고 이례적이다. 물론 윤종신이 ‘월간 윤종신’ 11월호로 ‘좋아’를 정했고 가창자로 택했기에 가능했다. 윤종신의 전폭적 지원을 받는 이유는 뭘까. 민서는 최근 국민일보와 인터뷰에서 “윤종신 선생님이 노래 부를 때 힘과 안정감이 좋다는 말씀을 해주셨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회사(미스틱)에 정통 발라드보다 개성 있는 노래를 부르는 여성 가수가 많다”며 “발라드 성향이 강해 좋아해주시는 것 같다”고 말했다.

권준협 기자 ga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