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가드너입니다’ 저자 박원순 “정원은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길”

입력 2017-11-27 05:05
박원순씨(오른쪽)가 2010년 미국 롱우드가든의 ‘물의 정원’에서 동료와 함께 작업을 하다가 포즈를 취했다. 민음사 제공

꽃과 나무 사이에서 일하는 삶은 어떨까.

신작 ‘나는 가드너입니다’(민음사)의 저자 박원순(44) 가드너(gardener)에게 물어봤다. 최근 서울 강남구 한 카페에서 만난 그는 “정원을 가꾸는 일이 무척 행복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어린 딸이 들려준 얘기를 전했다. “언젠가 딸에게 정원이 뭐냐고 물은 적이 있어요. 그랬더니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길이라고 하더군요. 이유를 물으니까 사랑하는 사람끼리 함께 걸어서라고 했어요.” 어릴 때부터 아빠가 일하던 정원에서 함께 놀고 거닌 기억 때문이었다.

충남 당진시 합덕읍 산골에서 유년기를 보낸 그는 정원에 대한 향수가 있었다고 한다. “할머니가 집 뒤란에 상추 딸기 포도 등을 키워서 철마다 내놓으셨는데 그게 참 좋았어요. 대학에서 원예를 전공했는데 그런 영향도 있었어요.”

대학 졸업 후 식물 관련 책을 만들던 그는 정원을 직접 가꾸고 싶어졌다. “무턱대고 제주도로 이사를 갔어요. 여미지식물원에서 일하겠다는 마음으로요. 식물원 대표를 찾아가 취직시켜달라고 졸랐어요. 한마디로 철이 없었죠.” 여미지식물원에서 돌을 골라내고 거름 주는 일부터 하나하나 배웠다.

“3년 넘게 일하다 보니 좀 더 체계적으로 배우고 싶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는 미국 펜실베이니아주에 있는 롱우드가든에서 국제정원사 양성과정을 밟는다. 이 책은 그가 롱우드가든에서 보낸 사계절의 풍경과 이야기를 담고 있다. 책장을 넘기고 있노라면 언젠가 꼭 이 아름다운 정원에 가서 꽃과 식물을 감상해 봐야겠다는 마음이 든다.

1906년 설립된 4.2㎢ 규모의 롱우드가든은 1만1000여종의 식물을 보유하고 있다. 그는 수련 연못이 가장 인상 깊었다고 한다. “수련이 활짝 핀 물의 정원은 마치 시간이 멈춘 듯 고요한 아름다움이 있어요. 빅토리아수련은 수정이 이뤄지는 하룻밤 새 백색에서 진분홍으로 바뀌죠.”

그는 롱우드가든 정원사 양성과정에 이어 미국에서 대학원을 마치고 한국으로 돌아왔다. 2014년부터 경기도 용인 에버랜드에서 가드너로 일하고 있다. “앞으로도 아름다운 정원을 만들고 그 정원에 담긴 이야기를 책으로 쓰고 싶어요.” 식물을 잘 키우는 법을 물었다. “눈으로만 보지 말고 ‘핑거 테스트(finger test)’를 하세요. 화분의 흙을 만져서 바싹 말랐으면 그때 물을 주세요. 대부분 물을 너무 많이 줘서 식물을 익사시켜요. 같은 이유로 화분 받침에 물이 고여 있어도 안돼요.” 얘기를 마칠 무렵 당장 어여쁜 화초를 키우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강주화 기자 rul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