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무추진비 사적 부당 사용” KBS 이사진 해임 등 건의

입력 2017-11-24 19:04 수정 2017-11-24 21:29

휴대전화 구입·애견카페…
87% 영수증 제출 안해
이사들 “표적 감사” 반발
고대영 사장 해임 수순


한국방송공사(KBS) 이인호 이사장을 포함한 이사진 11명이 업무추진비를 사적 용도로 부당하게 쓴 사실이 감사원 감사 결과 드러났다. 감사원은 최근 사퇴한 1명을 제외한 KBS 이사진 10명 전원에 대해 ‘해임 건의’ 또는 ‘이사연임 추천 배제’ 등 인사조치 방안을 마련할 것을 방송통신위원장에게 24일 통보했다. 일부 이사들은 “해임 근거를 제공하기 위한 표적 감사”라며 강력 반발했다.

감사원 감사 결과 이사진 11명은 2015년 9월 1일(이 이사장은 2014년 9월부터 집계)부터 지난 8월 31일까지 2년간 총 2억7765만원의 업무추진비를 사용했다. 이 중 1175만원이 동호회 회식비, 단란주점 등 사적 용도로 쓰인 사실이 확인됐다. 주말이나 집 근처 식당에서 결제됐지만 직무 관련성을 입증할 자료가 없어 부당 사용이 의심되는 경우도 7419만원에 달했다. 감사원은 총 결제 1898건 중 87%인 1653건(2억837만원)의 영수증이 제출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업무추진비 한도는 이사장 월 240만원, 이사 월 100만원이다.

부당사용 금액은 구 여권 추천 인사들이 많았다. A이사는 휴대전화 구매 등에 448만원을, B이사는 애견카페 등에서 327만원을 쓴 것으로 집계됐다. 이 이사장은 2821만원을 배포처가 불분명한 선물비 등으로 사용했다고 감사원이 밝혔다.

이번 감사는 전국언론노조 KBS본부(9월 26일)와 시민단체(11월 3일)의 요청으로 이뤄졌다. 연간 감사계획에 따라 움직이는 감사원이 두 달도 안 돼 결과를 내놓은 건 이례적이다. 일각에선 ‘정부 코드 맞추기’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 이에 대해 감사원 관계자는 “연간 계획과는 별개로 감사 요청이 들어오면 그때그때 처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방통위는 감사 결과를 바탕으로 일부 이사에 대한 해임 건의 여부를 논의할 것으로 보인다. 방통위가 대통령에게 이사 해임을 제청하면 대통령이 이를 받아들이는 형식으로 이사진이 교체될 수 있다.

현재 KBS 이사회는 구 여권과 현 여권 추천 이사 비율이 6대 5다. 이사 1명만 해임돼도 여권이 추천한 새 이사가 그 자리를 채우게 되고 구 여권과 현 여권 이사 비율은 5대 6으로 역전된다. 이렇게 되면 현 여권 성향 이사들이 고대영 사장 해임제청안을 이사회에 제출해 가결시킬 수 있다. 2008년 이명박정부에서도 이런 방식으로 KBS 사장이 교체됐다. 이 때문에 정권이 바뀔 때마다 공영방송 사장을 교체하는 것은 언론의 독립성을 훼손하는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그러나 KBS 본부노조 관계자는 “2008년에는 권력기관인 정부가 앞장서서 이사진을 교체했지만 지금은 KBS 내부 구성원들이 경영진 교체를 요구하고 있기 때문에 상황이 전혀 다르다”고 말했다.

감사 결과를 받아든 일부 이사들은 KBS 이사회 사무국을 통해 “편파적이고 의도적인 감사 결과를 인정할 수 없다”며 “법이 정한 모든 방법을 동원해 저항할 것”이라고 밝혔다.

권지혜 강주화 기자 jh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