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7월 정무수석 재직 중
담당 공무원에 배정 요구
檢, 직권남용 혐의도 수사
전병헌(59) 전 청와대 정무수석비서관이 청와대 입성 뒤에도 사단법인인 한국e스포츠협회에 정부 예산 20억원을 배정해줄 것을 기획재정부에 요구한 것으로 조사됐다.
서울중앙지검 첨단범죄수사1부(부장검사 신봉수)는 전 전 수석이 정부의 한국e스포츠협회 예산 배정에 부당하게 개입한 정황을 포착하고 그의 직권남용 혐의 여부를 수사하고 있다. 전 전 수석은 2013∼2014년 한국e스포츠협회 회장을 지냈으며, 이후 명예회장으로 있다가 지난 5월 사임했다.
그는 지난 7월 자신의 청와대 집무실로 한국e스포츠협회 간부들을 불러 협회 예산 문제를 보고받았다. 정무수석에 오른 뒤에도 사실상 협회 운영을 관장하고 있었다는 뜻이 된다.
전 전 수석은 협회 간부들로부터 “기재부에 예산을 요청했지만 거부당했다”는 보고를 듣고 기재부 예산 담당 공무원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협회에 20억원의 정부 지원이 이뤄질 수 있도록 예산을 배정해 달라”고 주문한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그 뒤 예산 20억원이 편성됐다고 한다. 검찰은 이 같은 내용을 전 전 수석 구속영장 청구서의 ‘구속 필요 사유’에 포함시켰다. 여기에는 한국e스포츠협회 자금 5억여원이 자금세탁을 거쳐 빼돌려지는 과정에 전 전 수석이 개입했는지를 추가 수사하겠다는 내용도 담겼다.
그는 이날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심문에 출석하며 “검찰에서 충분히 소명했는데도 불구하고 이 상황까지 온 것을 납득하기 어렵다”고 항변했다. 3시간40분가량 진행된 심문이 끝난 뒤에도 “모든 혐의에 대해 최선을 다해 소명했다”며 마지막까지 결백을 주장했다.
전 전 수석은 2015년 7월 롯데홈쇼핑이 한국e스포츠협회에 3억3000만원의 후원금을 내도록 한 혐의를 받고 있다. 롯데홈쇼핑 측으로부터 500만원 상당의 은행 기프트카드와 고급 리조트 공짜 숙박 등 1000만원 이상의 금품을 제공받고, 협회 공금 수천만원을 유용한 혐의도 있다. 검찰은 지난 22일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제3자 뇌물수수), 뇌물수수, 업무상 횡령 등 혐의로 그의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글=황인호 기자 inhovator@kmib.co.kr, 사진=최현규 기자
“전병헌, 靑 근무 중에도 e스포츠협회에 혈세 20억 챙겨”
입력 2017-11-24 19:01 수정 2017-11-24 22: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