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 원정 수능 울릉고 34명 발묶여
“시험 끝나 홀가분한데 집에 가고 싶어”
“집에 빨리 가고 싶어요.”
경북 포항시에서 지난 15일 발생한 규모 5.4 지진으로 수능시험이 연기되면서 2주 동안 집에 가지 못하고 있는 울릉도 수험생들의 귀가가 계속 미뤄지고 있다. 울릉도 출신 수험생들의 ‘수능 전쟁’은 아직도 현재진행형인 셈이다.
24일 오전 11시쯤 울릉고 학생 34명이 포항시 북구 영일대해수욕장 인근 한 호텔에 모였다. 이들은 지난 10일 수능시험을 대비하기 위해 포항에 왔다가 지진으로 발이 묶여 시험 당일인 23일까지 포항시 남구 해병대 청룡회관에 머물렀다. 울릉도에는 고사장이 없어 울릉도 수험생들은 매년 포항으로 나오는데 풍랑주의보 등을 우려해 올해도 예정됐던 시험일(16일) 엿새 전에 미리 나왔던 것이다.
당초 이들은 이날 귀가할 계획이었지만 풍랑주의보가 발효되면서 학교 측은 포항여객터미널과 가까운 이 호텔로 숙소를 옮겼다. 배가 뜨기만 하면 바로 출발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교사들은 학생들에게 호텔 체크인 시간까지 자유시간을 줬고 학생들은 비록 몇 시간이지만 포항시내를 둘러보며 수능시험 후의 여유를 누렸다. 그렇지만 집에 가지 못하는 상황이라 마냥 좋기만 한 건 아니었다.
정민재(18)군은 “수능이 끝나 홀가분하긴 하지만 집에 빨리 가지 못해 아쉽다”며 “집에 가서 아버지를 볼 수 있게 내일이라도 배가 뜨면 좋겠다”고 말했다. 안성규(18)군은 “포항시내에 나가서 이발도 하고 쇼핑도 했다”며 “어젯밤 여진이 있었다고 하는데 느끼지는 못했다”고 했다.
친구들과 헤어져 (가족이 있는) 서울로 간다는 김아람(18)양은 “지진을 처음 경험해봐 너무 놀랐는데 그래도 친구들과 함께 있어 위안이 됐다”며 “주변에서 수능을 무사히 마칠 수 있게 많이 도와줘 고맙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학생들도 힘들었지만 이들을 인솔해 함께 온 교사들도 마음을 졸이며 힘든 시간을 보냈다. 김종태(52) 울릉고 교감은 “교직생활 30여년 만에 이번처럼 힘든 적은 없었다”며 “처음에 아이들이 많이 불안해했는데 그래도 잘 이겨냈다”고 말했다.
포항=글·사진 최일영 기자 mc102@kmib.co.kr
지진에… 풍랑에… 보름째 집 못가는 울릉도 수험생들
입력 2017-11-24 18: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