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文 대통령, 사면권 행사 신중해야

입력 2017-11-24 18:01
정부가 첫 특별사면을 추진하고 있다. 명분은 국민 대통합이다. 법무부는 최근 일선 검찰청에 공문을 보내 사면 대상자 검토 지시를 내렸다. 도로교통법과 집시법 위반자가 주요 검토 대상이다. 특히 사드, 세월호, 용산참사, 제주 해군기지, 밀양 송전탑 등 5대 주제 관련 집회에 참석했다가 처벌받은 전원을 사면하는 방안이 추진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문재인 대통령의 최종 결심에 따라 성탄절 또는 설을 전후해 단행될 것으로 보인다.

우려스러운 대목은 특사 대상이다. 특정 주제 집회 참가자의 혐의 경중을 가리지 않고 전원을 사면 대상에 올리는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사법부의 판단을 정면으로 뒤집는 것이어서 헌법에 명시된 삼권 분립 원칙에도 위배된다. 지지층을 겨냥한 코드 사면으로 비칠 수 있다. 민중 총궐기 시위를 주도한 혐의로 3년형을 받은 한상균 민주노총 위원장과 내란음모 사건으로 복역 중인 이석기 전 통합진보당 대표가 사면 대상자로 거론되는 것은 위험스럽기까지 하다. 여권이 틈새를 노려 한명숙 전 총리와 정봉주 전 의원 등의 사면을 주장하는 것은 한심하기 짝이 없다. 이들을 풀어준다고 한들 국민 대통합에 무슨 도움이 되겠는가. 오히려 보수 진영의 극심한 반발만 불러올 게 뻔하다.

특사는 대통령의 고유 권한이다. 국회 동의를 받을 필요가 없다. 그러기에 대상을 정함에 있어 신중을 기해야 한다. 철저히 경중을 가려 지극히 예외적이고 제한적으로 사용해야 마땅하다. 문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 당선되면 사면권을 제한하겠다고 공약한 바 있다. 대한민국을 부정하는 인물까지 풀어준다면 헌법 수호의 의무를 다하지 않는 것과 진배없다. 특정 정치인을 끼워 넣는다면 과거 정부와 마찬가지로 사면권을 제한해야 한다는 국민들의 거센 저항에 직면하게 될 것임을 잊지 말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