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제 개편 논의에 바란다] “민의 제대로 반영되는 제도 마련을”

입력 2017-11-26 20:23

선거제도 개편에 대한 논의가 다시 시작되고 있다. 선거 때만 되면 떠오르는 선거제도 개편은 그동안 선거에 임박해서 논의되다 정당의 정치적 계산에 의해 슬그머니 사라지는 식이었다.

그나마 현재 일어나고 있는 선거제도 개편 논의는 국회의원 선거가 2년 넘게 남은 시점에서 이뤄진다는 점에서 고무적이라 할만하다. 선거제도 개혁의 핵심은 정당의 득표율과 의석점유율의 비례성을 높이는 것이다. 20대 총선의 경우 일정정도의 개선이 있긴 했지만 여전히 정당득표와 의석점유율의 비례성은 차이를 보인다.

극단적인 예로 지난 18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특정 정당은 37.5%의 정당 득표를 받고도 과반의석 획득에 성공했다. 선거제도가 민심을 얼마나 왜곡하고 있는지 단적으로 보여주는 예이다. 선거제도 개편 논의 때마다 등장하는 권역별 비례대표제 혹은 독일식 연동형 비례대표제 등의 대안이 각 정당의 정치적 계산에 막혀버리는 이유이다.

또한 여기에는 한 가지 이유가 더 있다. 정치학을 전공한 필자 역시 권역별 비례대표와 독일식 연동형 비례대표제 등의 대안들을 머릿속에 한 번에 정리하기가 쉽지 않은데 일반 국민들은 과연 이 둘의 차이점을 인식할 수 있을까? 독일식 연동형 비례대표제는 유권자의 표가 정확히 의석수로 연결된다는 장점이 있는 제도이다. 즉 30%의 득표를 한 정당은 정확히 30%만큼의 의석수를 가져간다는 의미이다.

1932년 미국의 대법원 판사 브랜다이스는 민주주의의 실험실로서 주(states as laboratories of democracy)의 역할은 굉장히 중요하다는 말을 남겼다. 즉 이전에 시행된 적이 없는 새로운 제도나 정책을 미리 지방 단위에서 실험해보는 것이 전 국가를 정책적 실패의 위험에서 벗어나게 해준다는 것이다.

비례대표제가 단순다수대표제보다 표의 등가성 면에서 훨씬 더 적절한 제도임은 이미 수많은 경험적 사례들에 의해 증명됐다. 하지만 새로운 선거제도가 표의 등가성에 기여할 것이라는 믿음 이외에 선거제도 개편의 근본 취지인 지역주의 완화에 기여할 수 있을까라는 의문은 남는다.

따라서 현 시점에서 가장 유력한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는 독일식 연동형 비례대표제에 대한 실험을 내년 지방의회선거에서 시험해보길 제안한다. 전국적 단위의 시행이 어려우면 제주나 세종 등 특별자치에서의 시행도 하나의 대안이 될 수 있다.

다만 지방의회의원 총 의석의 10%인 비례대표 의석수로는 민의를 제대로 반영 할 수 없으므로, 지역구대 비례대표 비율을 2대1로 확대 할 필요가 있다. 비례성 확보를 통해 표의 등가성을 구현하는 것이야말로 대의민주주의가 운영 될 수 있는 가장 기본적인 원리이기 때문이다.

또한 이러한 기회를 통해서 국민적 관심과 더불어 새로운 제도에 대해 배울 수 있는 훌륭한 교육의 장이 될 수 있다. 그리고 새로운 선거제도의 도입이 과연 지역주의 완화에 기여하는지도 살펴볼 수 있을 것이다.

한기영 동국대 겸임교수 정치학 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