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길 끈 이색문제들… 과탐 지구과학에 ‘지진’ 문제 나와

입력 2017-11-24 05:04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도 등장

교과서·EBS 교재에도 없는
이육사 시 출제 학생들 당황


지진 때문에 일주일 연기된 2018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에 지진 문제가 나왔다. 23일 치러진 수능 과학탐구영역 지구과학Ⅰ 과목 11번 문항은 관측소에 기록된 두 번의 지진 관측 자료를 제시하고 옳은 설명을 고르도록 했다. 학생들은 첫 번째 지진에서 진앙 거리와 최대 진폭을 통해 규모 3.5를 구한 그래픽을 보고 두 번째 지진의 규모를 유추해야 했다. 정답은 첫 번째 지진보다 최대 진폭이 더 컸던 두 번째 지진의 규모가 첫 번째 지진보다 규모가 더 크다고 적은 보기 ㄱ만 고른 ①번이었다.

한국사영역에서는 박정희정부의 과오를 제시한 18번 문항(홀수형)이 눈에 띄었다. 해당 문항은 두 학생의 대화를 읽고 해당 시기의 경제정책을 물었다. 남학생은 “올 여름 경부고속도로가 개통된 것은 대단한 일이었다. 우리나라 경제가 더욱 성장할 것이다”라고 말해 박정희정부의 성과를 칭찬했다. 반면 여학생은 “이번에 일어난 전태일 분신사건은 노동자의 열악한 노동환경을 그대로 보여줬다”며 당시 정부의 노동정책을 비판했다. 박정희정부의 양면을 함께 드러내 균형을 맞췄다는 평가다. 정답은 ④경제 개발 5개년 계획 추진으로 문제를 맞히기는 까다롭지 않았다.

올해 30주년이 된 1987년의 민주화운동 당시 시위 사진을 제시한 20번 문제는 지난겨울의 촛불집회를 연상케 했다. 당시 서울대생 박종철씨의 고문치사 사건 이후 진행된 추모 집회에 “고문 없는 세상에서 살고 싶다”는 현수막을 들고 있는 사람들의 사진이었다. “민주화 시위는 더욱 거세지고 전국적으로 확산되었다”며 6·29선언의 내용을 묻는 문제였다.

교과서와 EBS 교재에도 나오지 않은 지문이 등장해 학생들을 당황시키기도 했다. 국어영역 20∼22번(홀수형) 문항에는 현대시로 이육사 시인의 ‘강 건너간 노래’가 나왔다. 학생들은 해당 시의 시어와 시 구절 의미를 해석해 문제를 풀어야 했다.

대교협 대입상담교사단의 조영혜 서울과학고 교사는 “교과서에도 수록돼 있지 않고 EBS에도 연계되어 있지 않던 작품이라 학생들이 상대적으로 낯설어 할 수 있을 것 같다”며 “또 이육사 시인의 시는 워낙 상징성이 강해 어려움을 느꼈을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직업탐구영역에서는 신문 기사와 방송 뉴스 등 언론의 실제 보도를 소개하고 내용을 묻는 질문들이 많아 눈길을 끌었다. 농업 이해 과목 19번 문항은 4개월 전 신문에 소개된 스마트 농업의 효과를 묻는 문제였다.

임주언 기자 e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