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물 오염’ 러시아 때문에… 가까워진 ‘메달’
스켈레톤 ‘황제’ 마르틴스 두쿠르스(33·라트비아)가 비원의 올림픽 금메달을 목에 걸 것인가.
2014 소치동계올림픽 남자 스켈레톤에서 금메달을 딴 알렉산드르 트레티야코프가 도핑 양성 반응으로 메달을 박탈당하면서 은메달에 머무른 두쿠르스의 금메달 계승이 유력해지고 있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는 23일(한국시간) 소치올림픽에 출전한 러시아 스켈레톤 선수 4명의 성적을 취소하고 향후 올림픽 참가를 금지하기로 결정했다. 트레티야코프와 소치올림픽 여자 스켈레톤 동메달리스트 옐레나 니키티나도 징계 명단에 포함됐다. IOC는 두쿠르스를 금메달리스트로 승격할 것인지에 대해 추후 결정한다.
트레티야코프는 소치올림픽에서 예상을 깨고 두쿠르스를 제치고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두쿠르스는 스켈레톤 최강자다. 그는 2009-2010시즌부터 지난 시즌까지 8시즌 연속 세계랭킹 1위를 지켰다. 65차례의 월드컵 중 무려 47번이나 금메달을 차지하는 등 명실상부한 남자 스켈레톤의 1인자다. 하지만 유독 올림픽하고는 인연이 없었다. 2010년 밴쿠버올림픽과 소치올림픽에서 연달아 은메달을 땄다. 두쿠르스는 선수로는 은퇴 나이임에도 올림픽 금메달의 꿈을 위해 내년 평창동계올림픽도 출전한다.
그러나 러시아 덕분에(?) 조기에 올림픽 금메달리스트가 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조국 라트비아도 두쿠르스가 금메달을 승계하면 사상 첫 동계올림픽 금메달 획득이라는 영예를 얻는다. 세계랭킹 3위 트레티야코프가 평창동계올림픽에 출전하지 못하면서 윤성빈(랭킹 공동1위)의 올림픽 금메달 획득 가능성도 높아졌다.
노르웨이와 미국도 러시아의 잇단 메달 박탈에 웃고 있다. 소치올림픽에서 금메달 13개를 포함, 총 33개의 메달을 따 종합 우승을 차지한 러시아는 도핑 파문으로 현재까지 6개(금 2개·은 2개·동 2개)의 메달이 무효처리됐다. 이에 금메달 수에서 2위였던 노르웨이(금 11개)는 공동 1위에 등극했다. 총 메달 수에선 28개를 딴 미국(금 9개·은 7개·동 12개)이 1위로 올라섰다. IOC는 내달 5일 스위스 로잔에서 집행위원회를 열고 러시아의 평창올림픽 참가 여부를 결정한다.
모규엽 기자 hirte@kmib.co.kr
■‘약물 오염’ 러시아 때문에… 멀어지는 ‘흥행’
북미아이스하키리그(NHL)가 평창동계올림픽에 일찌감치 불참을 확정한 가운데 러시아의 몽니로 세계 2위 리그인 러시아대륙간아이스하키리그(KHL)의 불참 가능성도 제기되면서 아이스하키 강국들에게 비상이 걸렸다. 세계 1, 2위 리그 소속 선수들이 모두 올림픽에 빠질 경우 팀 구성이나 경기흥행에 모두 악재가 되기 때문이다.
캐나다 공영방송인 CBC는 23일(한국시간) “캐나다아이스하키협회격인 ‘하키캐나다’의 톰 레니 회장이 KHL에 소속 선수들의 평창동계올림픽 참가를 허용해줄 것을 요청하는 서한에 서명했다”고 보도했다. 이 서한에는 캐나다 외에 스웨덴, 핀란드, 체코 아이스하키협회도 동참했다고 CBC는 덧붙였다.
아이스하키 세계랭킹 1위인 캐나다를 비롯, 스웨덴(3위), 핀란드(4위), 체코(6위)는 전통적인 아이스하키 강국이다. 2018 평창동계올림픽 아이스하키 본선 진출도 확정지었다.
이들 국가가 서한까지 보낸 것은 KHL의 움직임이 심상찮아서다. KHL은 국제올림픽위원회(IOC)가 벌이고 있는 약물검사가 러시아 선수들을 표적으로 한다는 이유를 내세워 평창올림픽 불참을 시사했다.
드미트리 체르니센코 KHL 회장은 이달 초 러시아 국영 타스통신과의 인터뷰에서 “IOC가 기존 스포츠계 질서를 흔들고 있다. KHL도 NHL처럼 (올림픽 보이콧을)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 최근에는 러시아 국가 두마(하원)가 KHL의 올림픽 불참을 허용하는 법안을 준비 중이라는 보도까지 나오며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세계 아이스하키 1,2위 리그 소속 선수들이 빠지면 아이스하키 강국이라 하더라도 선수층이 얇아져 대표팀 전력 구성은 난항을 겪을 전망이다. 특히 캐나다의 경우 NHL 선수들을 빼고 국가대표팀 25명 중 16명을 KHL 선수로 구성한 터여서 더욱 다급한 상황이다.
앞서 르네 파젤 국제아이스하키연맹(IIHF) 회장은 같은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KHL은 러시아 아이스하키협회 일원이고 IIHF의 규정을 준수해야 한다. 리그에 속한 선수들이 올림픽에서 뛸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상헌 기자 kmpaper@kmib.co.kr
‘약물 러시아’ 탓에… 가까워진 ‘메달’ vs 멀어지는 ‘흥행’
입력 2017-11-24 05: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