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5일 경북 포항에서 발생한 규모 5.4 지진은 애초 발표됐던 지표 아래 9㎞보다 더 얕은 곳에서 발생한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해 경주 지진에 비해 수직운동의 특성이 더 컸다는 사실도 다시 확인됐다.
기상청은 한국지질자원연구원(지자연)과 함께 진행한 포항 지진 정밀분석 결과를 23일 발표했다. 기상청에 따르면 본진은 원래 발표했던 곳에서 남동쪽으로 약 1.5㎞ 떨어진 북위 36.109, 동경 129.366의 지점에서 발생했다.
본진의 발생 깊이는 3∼7㎞로 추정되지만 분석 방법에 따라 구체적인 값은 달랐다. 지진관측자료 분석으로는 6.9㎞, 단층면해 방법을 적용했을 땐 3∼4㎞였다. 여진의 발생 깊이는 이보다 얕은 1∼6㎞였다. 지난해 경주 지진은 주로 지하 11∼16㎞에서 발생했다. 지진은 발생 깊이가 얕을수록 지표면에 전달되는 에너지가 커 피해도 커진다.
포항 지진은 경주 지진에 비해 수직운동의 특성이 두드러졌다. 경주 지진 때는 지반이 수평으로 움직이는 주향이동단층이 주로 관찰됐지만, 이번엔 위아래로 흔들리는 역단층의 성격이 더 컸단 분석이다. 본진은 역단층성 주향이동단층, 최대 여진(규모 4.3)은 역단층이 일어나면서 발생했다(그래픽 참고).
김영석 부경대 지구환경과학과 교수는 “수직운동과 수평운동이 각각 유발하는 피해 양상이 다르다”면서 “경주 지진 때와 달리 이번에 필로티 구조가 타격을 입고 건물이 X자로 깨진 건 수직운동의 특성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본진 발생 후 이날 오후 4시까지 규모 2.0 이상의 여진은 63회, 규모 1.0∼2.0의 미소지진은 273회 발생했다. 규모 3.5 이상의 주요 여진은 본진과 달리 수평운동의 성격이 강한 주향이동단층으로 분석됐다. 기상청은 “본진과 연계된 주단층면 외에 다른 소규모 단층들이 추가 활동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고 밝혔다.
글=이재연 기자 jaylee@kmib.co.kr, 그래픽=이은지 기자
포항 지진, 깊이 9㎞ 아닌 3∼7㎞서 발생
입력 2017-11-23 21:4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