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재號 패스농구, 적지서 뉴질랜드 잡았다

입력 2017-11-23 21:08 수정 2017-11-23 23:42
한국 남자 농구 대표팀 전준범이 23일 뉴질랜드 웰링턴의 TSB뱅크아레나에서 열린 2019 FIBA(국제농구연맹) 농구월드컵 아시아-오세아니아 지역 예선 1라운드 A조 1차전 뉴질랜드와의 경기에서 점프슛을 쏘고 있다. 대한민국농구협회 제공

과거 한국농구는 3점슛 등 외곽슛 의존도가 높은 ‘양궁농구’라 불렸다. 하지만 허재 감독이 이끄는 현 국가대표팀은 외곽슛을 더욱 정교히 다듬으면서도 미국프로농구(NBA)에서 보는 듯한 조직력과 패스를 장착해 수준을 업그레이드했다. 허재호는 23일 날카로운 패스농구의 정수를 보여주며 난적 뉴질랜드를 적지에서 격파했다.

한국 남자 농구 대표팀은 이날 뉴질랜드 웰링턴의 TSB뱅크아레나에서 열린 2019 국제농구연맹(FIBA) 농구월드컵 아시아-오세아니아 지역 예선 1라운드 A조 1차전 뉴질랜드와의 원정 경기에서 86대 80으로 승리했다. 만만치 않은 상대인 뉴질랜드를 격파하며 2020 도쿄올림픽 출전권이 걸린 농구월드컵 본선행 전망을 밝게 했다.

한국은 지난 8월 레바논에서 열린 FIBA 아시아컵에서도 뉴질랜드를 두 번 연속 이겼다. 하지만 당시 뉴질랜드는 1.5군이었다. 뉴질랜드는 이번 농구월드컵 예선을 앞두고 이스라엘·독일 등 유럽리그에서 뛰던 선수들을 대거 차출, 최정예 멤버로 팀을 꾸렸다. 높이와 세기 등에서 밀릴 것이라는 우려가 나왔다. 하지만 기우였다.

1쿼터 초반에는 슛 난조로 다소 어려움을 겪었다. 1쿼터를 17-18로 한 점 뒤진채 마감했다. 한국은 2쿼터부터 주도권을 잡기 시작했다.

특히 2m 장신 가드 최준용(서울 SK)을 중심으로 한 지역방어가 뉴질랜드의 공격편대를 적절히 봉쇄했다. 뉴질랜드는 코리 웹스터(16득점 4리바운드)-타이 웹스터(14득점 5리바운드 5어시스트) 형제가 뛰어난 개인기로 우리팀을 압박했다. 4쿼터 막판 한국 대표팀은 77-75까지 쫓겼으나 종료 1분 7초를 남기고 전준범의 3점슛으로 추격을 따돌렸다.

전준범은 양팀 합쳐 최다인 22득점을 올리며 대표팀의 주포로 자리매김했다. 8개의 3점슛을 시도, 6개를 넣어 75%의 성공률을 보이며 절정의 슛감각을 자랑했다. 포인트가드 최준용은 9득점 5리바운드 7어시스트를, 토종 빅맨 오세근(안양 KGC)은 14득점 10리바운드의 더블더블을 기록했다.

공수 조화 못지않게 눈에 띈 것은 어시스트다. 한국은 27개의 어시스트를 성공시키며 뉴질랜드(14개)의 두 배에 육박했다. 그만큼 적재적소에 공이 전달됐다는 의미다. 어시스트가 성공하면서 전준범과 이정현(전주 KCC·12득점), 이승현(상무·14득점) 등의 외곽슛이 터질 수 있었다. 한국 대표팀은 이날 승리로 뉴질랜드전 3연승을 달성했다.

‘허재호’는 오는 26일 오후 7시 홈인 고양체육관에서 ‘만리장성’ 중국을 상대로 예선 2차전을 치른다.

이상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