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골 발견 3일 지나 장관에 보고… “가족에 통보” 장관 지시도 무시

입력 2017-11-23 17:55 수정 2017-11-23 22:06
사진=뉴시스

해수부, 1차 조사결과 발표

이철조 현장본부장 보직해임
김영춘 장관 “자리 연연않고
국민 뜻따라 진퇴여부 결정”


세월호 현장수습본부(이하 현장본부)가 선체에서 유골을 발견하고도 자의적 판단에 따라 함구한 것으로 드러났다. 사흘이나 지나 김영춘(사진) 해양수산부 장관에게 뒤늦은 보고를 했지만, 현장본부는 장관의 후속지시조차 제대로 따르지 않았다. 김 장관은 “책임질 일이 있다면 자리에 연연하지 않고 국민 뜻에 따라 진퇴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해수부는 23일 현장본부의 김현태 부본부장 등 5명을 상대로 유골 수습사실 은폐와 관련한 1차 조사결과를 발표하고 “17일 사람의 뼈 1점을 발견했지만 미수습자 가족들의 추모식과 장례식 일정에 차질을 우려해 통보를 미뤘다”고 밝혔다. 이철조 현장본부장을 비롯한 관계자들은 발견된 유골이 미수습자의 것이 아닐 가능성이 높다고 단정적으로 판단했다. 미수습자 발인 및 삼우제 이후에 이런 사실을 알리려 했다. 이 본부장은 “미수습자 가족들이 장례식을 앞두고 극도로 심리상태가 불안했다”며 “사실을 통보할 경우 심리적 충격이 가중되는 상황을 우려했다”고 말했다.

김 장관은 20일에야 유골 수습 상황을 보고받았다. 김 장관은 “매뉴얼대로 선체조사위원회와 미수습자 가족에게 통보하라”고 지시했다. 하지만 현장본부는 이마저도 제때 이행하지 않았다. 이 본부장은 “미수습자 가족들이 장례식 동안 힘들어했다. 마음을 추스르고 나면 그때 통보하자고 결정했다”고 말했다.

결국 미수습자 가족들은 장례를 마칠 때까지 유골 수습사실을 알지 못했다. 발견 닷새 뒤인 22일 현장본부 담당자에게 사실관계를 거꾸로 물어봐야 했다. 그동안 김 장관은 자신이 내린 지시가 이행되고 있는지 챙기지 않았다. 해수부는 이날 이 본부장을 보직해임하고 본부대기 조치했다.

이낙연 국무총리는 국정현안점검조정회의에서 “미수습자 가족들은 3년7개월 동안 전남 진도 팽목항과 목포신항에서 수습을 기다리며 인고하다 ‘추가 수습 포기’라는 고통스러운 결정을 내리고 장례에 임했다”며 “유골 은폐는 그런 가족과 국민에게 실망을 넘어 배신감을 안겨드렸다”고 강하게 질타했다. 이어 “공직사회의 기강을 다잡고 책임감을 높이기 위한 노력을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세종=정현수 기자 jukebox@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