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경제가 예상보다 좋아진 것 같아 다행이지만 한편으로는 앞으로 갈 길이 숨이 찰 정도로 멀다고 생각한다.”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이 23일 경제 현안에 대한 전문가 제언집을 들고 국회를 찾았다. 지난 16일 김동연 경제부총리에 이어 국회를 찾은 박 회장은 정세균 의장을 비롯해 여야 대표와 잇따라 만났다. 박 회장은 “역대 정부에서 풀지 못한 숙제를 해결하려면 현실적 대안이 나오는 게 중요하다”며 “역대 정부는 실질적 결과를 내는데 부족하지 않았나 생각한다”고 말했다.
박 회장이 올해 국회를 찾은 것은 이번이 네 번째다. 방문 때마다 경제 현안에 대한 주문을 잊지 않았다. 3월에는 대선 후보를 상대로 경제계 제언문을 전한 데 이어 6월에는 경제 활성화를 위한 입법을 당부했다. 9월에는 최저임금 산입 범위 및 근로시간 단축에 대한 재계 입장을 전달했다.
이번 방문 역시 최저임금 범위, 근로시간 단축 등 노동 현안을 비롯해 경제성장에 대한 재계의 초조함을 대변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재계는 새 정부 출범 이후 정부 정책에 대해 다른 목소리를 갖고 있어도 공개적인 의견 표출을 자제해 왔다. 전국경제인연합회가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로 위상이 추락한 데다 지난 5월 한국경영자총협회가 문재인 대통령으로부터 공개 비판을 당하면서 ‘입이 있어도 말을 못하는 상태’가 지속됐다. 한 경제단체 관계자는 “정부가 노동계로 기울어져 있다는 생각이 강해 적극적으로 의견을 개진하기 힘들었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정기국회에서 근로시간 단축 논의 등이 본격화하자 보다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있어 왔다. 문 대통령으로부터 공개 비판을 당한 김영배 한국경영자총협회 상근부회장이 이날 6개월 만에 ‘작심 발언’을 쏟아낸 것도 이러한 분위기와 무관치 않아 보인다. 김 부회장은 서울 중구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열린 경총포럼 인사말에서 “최저임금 산입 범위를 개선하지 않고 내년을 맞으면 내년부터 적용되는 16.4%의 최저임금 인상률이 엄청난 파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김 부회장은 또 “최저임금제로 상여금 비중이 높은 대기업 고임금 근로자가 더 큰 혜택을 보는 경우가 초래된다”며 “이는 최저임금제도 취지에 맞지 않고 노동시장의 이중구조를 심화시킬 수 있다”고 비판했다. 재계는 정기상여금과 수당 등을 포함해 최저임금을 산출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그렇지 않으면 연봉 4000만원이 넘는 대기업 직원도 최저임금 대상자가 된다는 것이다.
김 부회장은 지난 5월 경총포럼에서 “무조건 비정규직은 안 된다는 건 현실에 맞지 않다”고 했다가 문 대통령으로부터 “갈등을 일으킬 수 있는 발언을 했다”며 비판받았다. 경총 관계자는 “김 부회장이 그간 발언을 자제해 왔으나 최저임금 및 근로시간 단축 관련 입법이 진행 중인 상황에서 목소리를 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글=김현길 기자 hgkim@kmib.co.kr, 사진=최현규 기자
올들어 4번째 국회 찾아간 박용만 “경제 좋아졌지만…”
입력 2017-11-23 17:57 수정 2017-11-23 21:3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