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어·수학, 낯선 유형에… 체감 난도 높았다

입력 2017-11-23 17:57 수정 2017-11-23 23:49

수능 난이도 분석

전문가 “절대평가 도입으로
영어 변별력 하락할 것 우려
타 영역 까다롭게 출제” 평가

1등급컷, 국어 93∼94점
수학 가·나형 92점 내외 예상


2018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도 까다로웠다. 입시 전문가들은 영어 절대평가 전환에 따른 전반적인 변별력 하락을 우려한 출제 당국이 국어·수학·탐구 영역을 어렵게 출제할 것으로 예측해 왔다.

국어 “독서파트 특히 어려웠다”

국어 영역의 경우 임성호 종로학원하늘교육 대표는 “아주 어려웠던 지난해 수능과 비슷한 수준이어서 수험생들이 어렵게 느꼈을 것”이라고 했고, 남윤곤 메가스터디 입시전략연구소장은 “9월 모의평가와 지난해 수능보다 어려웠고 6월 모의평가와 비슷했다”고 분석했다.

예전 지표를 분석하면 난이도를 가늠할 수 있다. 지난해 수능 표준점수 최고점은 139점, 1등급 구분점수(등급컷)는 130점이었다. 표준점수 최고점은 시험이 어려우면 올라가며, 표준점수 최고점과 1등급컷 점수 차가 클수록 어려운 시험으로 평가된다. 상위권인 1등급 수험생 중에서도 점수 차이가 9점이나 벌어졌다. 6월 모의평가는 더 어려웠다. 만점자 0.14%, 표준점수 최고점은 143점, 1등급컷이 133점이었다. 입시업체들은 원점수 기준 1등급컷을 93∼94점으로 내다봤다.

독서파트가 특히 어려웠다. 지문은 길어지지 않았지만 내용이 난해했다. 환율정책을 설명한 지문(홀수형 27∼32번)은 경제 변수가 단기에 급변하는 현상인 오버슈팅(overshooting)과 통화량, 정부의 대책을 설명했다. 수험생들이 애를 먹었을 것으로 보인다. 홀수형 38∼42번 지문도 디지털 통신의 신호 변조 과정을 설명하면서 엔트로피, 허프만 부호화 등 낯선 용어를 사용해 이해하기 까다로웠다. 15번 문법 문항도 음운론과 형태론을 복합적으로 묻는 낯선 유형이었다.

수학 “지난해 수준, 녹록지 않았다”

변별력을 확보했던 지난해 수능, 6·9월 모의평가 흐름을 이어갔다는 분석이 일반적이다. 메가스터디 종로학원하늘교육 유웨이중앙교육 등 주요 입시업체들은 “(이과생이 주로 치르는) 가형의 난이도는 지난해 수준”이라고 분석했다. 가형은 지난해 표준점수 최고점이 130점, 1등급컷이 124점이었다.

두 차례 모의평가와 비교하면 어려웠던 6월 모의평가보다는 약간 쉽게, 상대적으로 평이했던 9월보다는 다소 어렵게 출제됐다는 게 중론이다. 6월 모의평가는 표준점수 최고점 138점, 1등급컷이 127점이었다. 1등급 상위권 내에서도 점수 차가 11점이나 벌어졌다. 9월 모의평가는 표준점수 최고점 131점, 1등급컷 125점으로 난도가 다소 낮아졌다. 정적분의 새로운 정의를 이용해 조건을 해석하는 30번 문항이 가장 어려운 문제로 꼽혔다.

나형은 어려웠던 9월 모의평가보다는 조금 쉽게 출제됐고, 지난해 수능과 6월 모의평가와 유사했다는 분석이 많다. 지난해 수능에선 표준점수 최고점 137점, 1등급컷 131점이었다. 6월 모의평가는 표준점수 최고점 138점, 1등급컷 132점이었다. 9월 모의평가는 표준점수 최고점 142점, 1등급컷 133점이었다. 대체로 변별력을 높이는 추세였다. 20번(미적분), 21번(합성함수), 30번(미적분, 수열의 극한 등이 융합) 등이 비교적 까다로웠다는 평가다. 입시업체들은 수학 가·나형의 원점수 기준 1등급컷을 92점 내외로 전망했다.

변별력 살린 영어, 어려워진 한국사

영어는 지난해 수능과 유사하거나 약간 쉬웠다. 어려웠던 9월 모의평가보다는 쉬웠다. 다만 지난해 수능이 만점자 0.72%, 표준점수 최고점 139점으로 까다로웠다. 따라서 올해 영어가 절대적으로 쉬웠다고 보긴 무리가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지난해 수능에서 90점 이상 인원은 4만2867명(7.8%)이었고 6월 모의평가에선 4만2183명(8%)이었다. 4만명대가 유지되다 9월 모의평가에서 2만7695명(5.39%)으로 급감했다. 입시업체들은 1등급 인원이 지난해 수능 및 6월 모의평가와 9월 모의평가 사이일 것으로 내다봤다. 이는 수능 출제 기관인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이 예측한 6∼8% 수준이다. 기억력과 관련 32번(홀수형) 빈칸 추론 문제가 난해했는데 정확한 해석이 필요했고 선택지 해석 또한 까다로웠다는 평가다.

한국사는 예상보다 어려웠다. 필수 과목 첫해였던 지난해에는 보기에서 단서가 제공됐지만 올해는 세부 정보를 알아야 풀 수 있는 문제가 다수 나왔다. 전년도 1등급은 21.8%로 대입 영향력이 미미했지만 올해는 상위 등급 비율이 조금 줄어들 전망이다.

사회탐구는 세계사가 전년보다 어려웠으며 나머지 과목은 비슷했던 것으로 분석됐다. 과학탐구는 지구과학Ⅱ가 어려웠고 나머지는 전년과 대체로 비슷했다는 평가다.

글=이도경 기자 yido@kmib.co.kr, 그래픽=이은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