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유가족과 국민 배신한 세월호 유골 수습 은폐

입력 2017-11-23 18:47
해양수산부 세월호 현장수습본부가 희생자의 것으로 추정되는 유골을 수습하고도 나흘간 숨긴 사실이 드러났다. 추가 수색 여론이 형성되는 걸 차단하려고 고의로 은폐한 것 아니냐는 의혹까지 제기되고 있다. 현장수습본부는 지난 17일 객실 구역에서 빼낸 반출물을 세척하던 중 사람의 손목뼈로 추정되는 뼈 1점을 발견했는데도 선체조사위원회나 미수습자 가족 등에게 알리지 않았다. 유해발굴감식단 관계자가 사람의 뼈라고 확인했는데도 수습본부 부본부장이 자신이 책임지겠다며 누구에게도 알리지 말라고 지시했다고 한다. 이전에는 유골이 발견되면 곧바로 선체조사위와 미수습자 가족 및 유가족에 통보했었다. 해수부는 매일 두 차례 수색상황을 알리는 보도자료를 배포했지만 유골 발견 사실은 감췄다.

해수부는 21일이 돼서야 선체조사위와 시신이 수습돼 장례를 치른 고 조은화·허다윤양의 어머니에게만 알리고 22일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손목뼈에 대한 DNA 감식을 요청했다.

해수부의 이런 행태는 고의 은폐 논란을 자초한 것이다. 세월호 선체 수색이 진행 중인 목포신항 철재부두에서는 지난 16일 마지막 남은 미수습자 5인의 가족들이 신항을 떠나겠다고 눈물의 기자회견을 했다. 유골이 수습되기 하루 전이다. 미수습자 가족들은 18일 오전 영결식을 한 후 목포신항을 떠나 18∼20일 안산과 서울에서 각각 시신 없는 장례를 치렀다. 해수부는 미수습자의 것일 수도 있는 유골 발견 사실을 숨기고 있다가 장례식이 모두 끝난 다음 날에야 외부에 공개한 것이다. 유골 수습이 알려질 경우 미수습자 가족들이 현장을 떠나지 않을 가능성이 있고 추가 수색 여론이 높아질 것을 우려해 꼼수를 부린 것이란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해수부의 행태는 가족의 유해라도 찾겠다는 일념으로 3년 7개월 동안 팽목항과 목포 신항을 지켜온 미수습자 가족들의 등에 비수를 꽂은 행동이다.

세월호 참사에 대한 철저한 진상규명을 주장하고 있는 문재인정부에서 이 같은 일이 벌어졌다는 게 믿기지 않는다. 세월호 참사는 국민의 안전에 대한 국가의 무거운 책임을 되돌아보게 한 상징적인 사건이다. 희생자와 유족들의 아픔을 보듬어 주는 것은 정부의 최소한의 도리다. 유골 은폐는 그런 책임을 내팽개친 것이고, 아픔을 나눠 온 국민들에 대한 배신이다. 김영춘 해수부장관은 1차 조사결과 브리핑에서 현장 책임자가 기존에 수습됐던 희생자의 유골일 것이라 예단해 미수습자 가족들에게 알리지 않았다고 밝혔지만 수긍하기 어렵다. 철저한 조사를 통해 진상을 가리고 관련자들에게는 책임을 물어야 한다. 정부는 희생자와 유가족들의 상처를 어루만지는 일에 한층 더 신경을 써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