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미아이스하키리그(NHL)가 평창동계올림픽에 일찌감치 불참을 확정한 가운데 러시아의 몽니로 세계 2위 리그인 러시아대륙간아이스하키리그(KHL)의 불참 가능성도 제기되면서 아이스하키 강국들에게 비상이 걸렸다. 세계 1, 2위 리그 소속 선수들이 모두 올림픽에 빠질 경우 팀 구성이나 경기흥행에 모두 악재가 되기 때문이다.
캐나다 공영방송인 CBC는 23일(한국시간) “캐나다아이스하키협회격인 ‘하키캐나다’의 톰 레니 회장이 KHL에 소속 선수들의 평창동계올림픽 참가를 허용해줄 것을 요청하는 서한에 서명했다”고 보도했다. 이 서한에는 캐나다 외에 스웨덴, 핀란드, 체코 아이스하키협회도 동참했다고 CBC는 덧붙였다.
아이스하키 세계랭킹 1위인 캐나다를 비롯, 스웨덴(3위), 핀란드(4위), 체코(6위)는 전통적인 아이스하키 강국이다. 2018 평창동계올림픽 아이스하키 본선 진출도 확정지었다.
이들 국가가 서한까지 보낸 것은 KHL의 움직임이 심상찮아서다. KHL은 국제올림픽위원회(IOC)가 벌이고 있는 약물검사가 러시아 선수들을 표적으로 한다는 이유를 내세워 평창올림픽 불참을 시사했다.
드미트리 체르니센코 KHL 회장은 이달 초 러시아 국영 타스통신과의 인터뷰에서 “IOC가 기존 스포츠계 질서를 흔들고 있다. KHL도 NHL처럼 (올림픽 보이콧을)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 최근에는 러시아 국가 두마(하원)가 KHL의 올림픽 불참을 허용하는 법안을 준비 중이라는 보도까지 나오며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세계 아이스하키 1,2위 리그 소속 선수들이 빠지면 아이스하키 강국이라 하더라도 선수층이 얇아져 대표팀 전력 구성은 난항을 겪을 전망이다. 특히 캐나다의 경우 NHL 선수들을 빼고 국가대표팀 25명 중 16명을 KHL 선수로 구성한 터여서 더욱 다급한 상황이다.
앞서 르네 파젤 국제아이스하키연맹(IIHF) 회장은 같은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KHL은 러시아 아이스하키협회 일원이고 IIHF의 규정을 준수해야 한다. 리그에 속한 선수들이 올림픽에서 뛸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상헌 기자 kmpaper@kmib.co.kr
‘약물 오염’ 러시아 때문에… 멀어지는 ‘흥행’
입력 2017-11-23 19:14 수정 2017-11-23 21: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