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또는 자영업자… 3분기 심각한 ‘대출쏠림’

입력 2017-11-24 05:00
부동산업 9조7000억원 늘어
증가율은 5.3%로 사상최고
자영업 비중도 30% 육박

제조·건설업은 미미… 대조적

부동산업 아니면 자영업만 돋보인다. 3분기 산업 분야 가운데 유일하게 예금취급 기관의 대출액이 3조원 이상 증가한 업종이다. 반면 제조업과 건설업 대출은 계속 정체되고 있다.

한국은행이 23일 발표한 3분기 예금취급 기관 산업별 대출금을 보면 부동산업 대출은 석 달 새 9조7000억원 늘어나 192조6000억원의 잔액을 기록했다. 분기별 증가율은 5.3%로 한은이 통계를 낸 이후 사상 최고 증가율이다.

부동산업은 부동산을 상품으로 취급하는 업종이다. 택지개발 건물분양 도시개발 등의 부동산 공급업, 부동산중개 감정평가 건물관리 등의 부동산 서비스업을 포괄한다. 정부의 8·2 부동산 대책에도 불구하고 부동산 대출금이 역대 최대로 늘면서 부동산 시장 자체의 열기가 꺾이지 않았다는 점을 보여줬다.

자영업으로 통칭되는 도·소매, 숙박 및 음식점업 대출 역시 3분기에 4조1000억원 늘었다. 해직 혹은 은퇴 후 새로 자영업에 뛰어든 영세 자영업자가 증가한 영향이다. 자영업 대출 잔액은 178조6000억원으로 전체 서비스업 대출 603조6000억원에서 29.6%의 비중을 차지했다.

이에 반해 한국 경제 주축인 제조업과 건설업의 대출 증가액은 미미했다. 제조업 전체는 3분기 3조9000억원 증가에 그쳤고, 건설업도 고작 1조1000억원 증가에 머물렀다. 제조업 가동률은 2010년을 100으로 할 때 지난 9월 현재 91.7을 기록하는 등 퇴보 중이다. 대기업의 경우 은행 대출보다 회사채 발행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지만 반도체를 제외한 제조업 분야의 투자 부진과 대출 정체는 2014년 이후 지속되는 현상이다.

한편 20년 전 외환위기의 주범인 만기 1년 이내 단기외채 비중은 30%선에서 안정적으로 관리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은은 이날 발표한 9월 말 국제투자대조표를 통해 외환보유액 대비 단기외채 비율은 31.1%, 총외채 대비 단기외채 비중은 29.3%로 유지되고 있다고 밝혔다. 1997년 단기외채 비율은 657.9%까지 치솟은 바 있다. 우리나라가 외국을 상대로 받아야 할 채권에서 갚아야 할 채무를 뺀 순대외채권은 4474억 달러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우성규 기자 mainport@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