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력 피해 여성들의 쉼터 30년… ‘한국여성의전화’

입력 2017-11-24 05:05
아산사회복지재단 정몽준 이사장이 23일 서울 송파구 서울아산병원에서 열린 29회 아산상 시상식에서 수상자인 신명자 복음자리 이사장, 고미경 한국여성의전화 상임대표(왼쪽부터), 유동수 한국구라봉사회 회장과 함께했다. 서울아산병원 제공

“여성 인권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지만 여전히 폭력 피해 여성들의 상담이 끊이지 않습니다. 우리 사회가 변해야 할 부분이 많이 남아 있습니다.”

30년간 가정 및 성폭력 피해 여성들의 쉼터를 운영해 오며 여성 인권 신장과 성평등에 공헌한 한국여성의전화가 올해 아산상 대상을 받았다. 23일 서울 송파구 서울아산병원에서 29회 아산상 대상을 수상한 고미경 여성의전화 대표는 “앞으로는 폭력 피해 여성 보호를 넘어 이들이 홀로 설 수 있도록 체계적인 자립센터 설립과 프로그램 마련에 힘을 쏟겠다”며 이같이 소감을 밝혔다.

여성의전화는 1983년 만들어진 국내 최초의 가정·성폭력 상담기관이다. 지금까지 91만 건이 넘는 상담이 이뤄졌다. 87년에는 가정폭력 피해여성 긴급 피난처인 쉼터를 처음 열었다. 사무실 한쪽 방에 마련된 쉼터에는 가정폭력 피해여성이 동반 자녀와 함께 입소해 최장 9개월간 머물 수 있다. 연간 3000여명이 이용한다. 가정폭력방지법 제정을 통해 24시간 상담 가능한 여성긴급전화 1366을 처음 만들기도 했다. 1366은 현재 정부가 운영하고 있다.

의료봉사상은 48년간 한센인에게 무료로 틀니를 만들어 줘 구강건강 증진에 기여한 한국구라(救癩)봉사회에 돌아갔다. 서울대 치대 출신이 주축인 봉사회는 매년 여름 한센인 정착촌을 찾아 치과 진료봉사를 벌이고 틀니를 제작해 제공하고 있다. 현재까지 4600명의 한센인이 60억원 상당의 틀니 혜택을 봤다. 68년 처음 봉사회를 만든 유동수(서울대 치대 명예교수) 회장은 “국가가 미처 돌보기 어려웠던 때에 차별과 냉대로 소외받던 한센인의 구강건강과 의료복지 향상에 기여했다는 점을 인정받아 기쁘다. 우리나라에 마지막 한센병 환자가 남는 순간까지, 그들에게 씹는 즐거움을 선물하고 싶다”고 했다.

사회복지법인 복음자리(이사장 신명자)는 도시빈민을 위한 공동체 마을을 만들어 자립을 도운 공을 인정받아 사회봉사상을 받았다. 이곳은 73년 고 제정구 선생과 정일우 신부가 도시 재개발로 판자촌 주민들이 거리로 내몰리자 자활을 돕기 위해 설립했다. 90년대 이후 결혼이주여성, 이주난민, 경력단절여성, 저소득 노인의 자립을 지원하고 있다.

아산사회복지재단은 대상(3억원)과 의료봉사상 및 사회봉사상(각 1억원) 등 6개 부문 수상자에게 모두 7억7000만원을 수여했다. 아산상은 89년 고 정주영 아산재단 설립자의 뜻에 따라 어려운 이웃을 위해 헌신한 개인·단체를 격려하기 위해 제정됐다.

민태원 기자 twm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