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다음 달 중순 중국을 국빈 자격으로 방문키로 양국이 합의한 것은 의미 있는 일로 평가된다. 국빈 방문은 가장 격이 높은 형식으로, 임기 중 한 나라에 한 번만 하는 게 외교 관례다. 양국 정상이 단 한 번의 카드를 조기에 활용함으로써 순풍이 돌기 시작한 한·중 관계 개선을 가속화시키겠다는 강력한 의지가 느껴진다.
그러나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할 사안이 있다. 왕이 중국 외교부장이 22일 강경화 외교부 장관과의 회담에서 언급한 사드 문제다. 단계적 처리에 일부 합의를 달성했다고 언급했다. 3불(不) 입장에 대해선 신용과 행동을 거론하며 ‘이행’을 공개 요구했다. 앞서 시진핑 국가주석은 지난 11일 ‘책임 있는 자세’를, 리커창 총리는 지난 13일 사드의 단계적 철수를 거론했다. 10·31 합의로 사드 문제는 봉인됐다며 더 이상 거론되지 않을 것이라는 청와대 발표를 무색케 한다. 다음 달 정상회담에서도 논의 테이블에 오를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문제는 우리 외교라인의 대응이다. 강 장관은 회담 이후 사드 문제와 관련해 중국이 기존 입장을 다시 표명했다고만 했다. 시 주석과 리 총리 발언 때도 의미를 축소 해석하기에 급급했다. 중국 언론들은 3불 입장을 ‘약속’으로 표현하고 있다. 중국 정부가 한국의 3불 행보에 불만을 가질 경우 보복 카드를 꺼낼 것이라고 한다. 제2, 제3의 사드 보복이 재연될 수 있다는 의미다. 중국 측의 태도로 미뤄볼 때 이면 합의 의혹이 제기되는 것은 당연하다. 저자세 외교 비판이 제기될 만하다.
외교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일관된 원칙이다. 미국 대통령을 만나선 한·미·일 동맹을 강조하고, 중국 지도자에겐 다른 얘기를 하는 외교 행보는 걱정스럽기까지 하다. 우선 중국과의 물밑 협의 결과를 소상히 밝혀 의혹을 해소해야 한다. 사드를 포함한 3불 입장은 안보에 심대한 영향을 주는 만큼 얼버무리고 넘어갈 문제가 아니다. 중국을 향해선 분명한 선을 그어야 한다. 또다시 사드 카드를 꺼낼 경우 보복 조치 사과 및 재발 방지책 요구로 맞서야 한다. 분명히 해두지 않으면 두고두고 발목을 잡힐 수 있다. 중국과의 관계 개선도 중요하지만, 우리에게 최우선 원칙은 한·미동맹이다.
[사설] 중국의 계속되는 사드 압박, 저자세 외교 때문 아닌가
입력 2017-11-23 18:4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