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창 동계올림픽·패럴림픽 기간 중 한·미 연합훈련 연기 가능성이 논의되고 있다. 청와대는 결정되지 않았다고 했지만 올림픽의 의미를 고취시키고 성공적 개최를 담보하는 방안으로 검토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지난 14일 유엔총회에서 채택된 평창 동계올림픽 휴전 결의안을 준수하면서 북한의 참가를 유도하는 효과를 생각하면 의도가 나쁜 것만은 아니다.
그러나 북한이 우리 생각대로 행동할지는 의문이다. 미사일 시험발사를 중단한 지 2개월이 넘었지만 언제 다시 도발을 시작할지 알 수 없다. 미국이 9년 만에 북한을 다시 테러지원국으로 지정한 것을 트집 잡아 긴장을 고조시킬 가능성이 크다. 이런 상황에서 북한의 침략에 대비해 연례적으로 실시하는 한·미 연합훈련을 일방적으로 연기하는 것은 스스로 발목을 잡는 자충수가 될 수 있다. 올림픽 정신을 지킨다며 연기한 군사훈련을 상황이 조금 바뀌었다고 원래대로 복구시키지는 쉽지 않을 게 분명하다.
더 큰 문제는 한·미동맹을 교란시키려는 북한의 의도에 말려들 수 있다는 점이다. 북한은 한·미 연합훈련 중단을 핵·미사일 개발과 연계시키는 ‘쌍중단’을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이는 한·미 동맹을 흔들어 약화시키려는 궤변에 불과하다. 북핵은 동결이 아니라 제거해야 하는 근본적인 위협이기 때문이다. 중국도 한반도에서의 미국의 영향력 약화라는 전략적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같은 주장을 펴고 있다.
이를 명확히 알고 있는 미국은 한·미 연합훈련을 중단시키려는 모든 시도를 저지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지난 9일 미·중 정상회담 직후 쌍중단을 놓고 양국 정상의 말이 서로 달랐던 것도 이 문제가 얼마나 예민한지를 잘 보여준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가 올림픽 정신을 앞세워 한·미 연합훈련 일정조정을 먼저 말하는 것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선한 의도가 반드시 선한 결과를 낳는 것은 아니다. 성급한 남북관계 개선 노력은 안보를 위협할 뿐이다.
[사설] 올림픽 기간 한·미 연합훈련 연기는 성급하다
입력 2017-11-23 18:47 수정 2017-11-23 21: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