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북’은 14세기 말 ‘The Book(성경)’을 덮으려는 가톨릭 세력에 맞서 생명을 걸고 민중을 위해 번역한 ‘The Book(성경)’을 펼치려는 ‘롤라드(독버섯·중얼거리는 자)’들의 대결을 밀도 있게 그린 작품이다.
종교개혁은 몇몇 인물에 의해 이뤄진 게 아니다. 이미 순교를 각오한 롤라드들이 스스로 성경이 되어 말씀의 진리를 외치면서부터 시작됐다. 500년 전 종교개혁의 마중물이 됐던 그들에게 미안한 마음과 함께 고마움, 그리고 이 시대 우리 그리스도인들이 무엇을 해야 하는지를 깨닫게 하는 작품이다.
‘더 북’은 올 1월 2일 첫 공연 이후 매 주일만 쉬고 매일 무대 위를 지켰다. 공연 개시 이후 정좌석수를 넘는 105%의 객석점유율을 시작으로 2월엔 108%, 3월부턴 꾸준히 90%대 점유율을 유지하다 지난 9월 초 4만명을 돌파했다. 더 눈길을 끄는 건 ‘월 관극료 점증제’를 실시한 상황에서도 흥행 여세를 이어왔다는 점이다. 1월 관극료 1만원을 시작으로 매월 2000원씩 올라 현재 이 작품을 보려면 3만원을 내야 한다. 유명 뮤지컬 스타가 출연하지도 않는 소극장 뮤지컬에 입장료도 매월 올라가는 상황. 그런데도 꾸준히 객석이 채워지는 이유는 뭘까.
지난 21일 오후 8시 공연 전에 더 북을 제작한 ‘문화행동 아트리’ 대표 김관영 목사를 만났다. 김 목사는 “끊임없이 성경으로, 복음으로, 본질로 돌아가라는 작품의 분명한 메시지가 많은 분께 은혜와 감동을 끼쳤던 거 같다”고 말했다. 또 “12파트너들이 장기공연의 토대를 마련해줬다”고 덧붙였다.
사실 대학로에서 1년간 기독교 작품으로 무대를 올린다는 건 상상하기조차 힘든 일이다. 일단 대관료를 감당할 수 없다. 그런데 조현삼 광염교회 목사가 1월 대관료 1000만원을 후원했다. 이를 계기로 매달 대관료를 책임져주는 교회와 선교단체, 사업체가 생겼다. 그래서 ‘12파트너’다.
한국중앙교회(임석순 목사)와 쇼노트(대표 김영욱)는 2월 파트너였고, 선한목자교회(유기성 목사)는 3·12월 두 달을 후원했다. 4월은 부천 산돌교회(박원옥 목사)가 협력했다. 특히 여름엔 이 교회 성도 16명이 대학로에서 노방전도 및 공연안내 도우미, 공연장 청소 등을 하면서 ‘더 북’을 응원했다. 금광교회(김영삼 목사) 더사랑의교회(이인호 목사) 방주교회(반태효 목사) 푸른나무교회(곽수광 목사) 충신감리교회(배철희 목사), 팻머스문화선교단체(선량욱 대표), W에셋 등이 대관료를 후원했다.
이뿐 아니다. 대한성서공회는 성경 500권을 기증했다. 아트리 측은 5월부터 믿지 않는 관객에게 성경을 선물로 전달했다. 21일 공연 때도 한 명이 성경을 받았다. ‘더 북’은 다음 달 30일 371회 공연을 끝으로 막을 내린다. 연말까지 5만5000여명이 ‘더 북’을 볼 것으로 아트리 측은 전망하고 있다.
노희경 기자 hkroh@kmib.co.kr
기독 뮤지컬 ‘더 북’, 말씀·기도·찬양… 예배 그 자체인 공연에 흠뻑
입력 2017-11-24 0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