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구속적부심 통해 결정
“증거 인멸 우려” 11일 만에
“우려 없다”로 바뀌어
“혐의 입증 다툼 여지” 표현도
검찰 “이해하기 어렵다”
군 사이버사령부 댓글 공작에 관여한 혐의로 서울구치소에 수감된 김관진 전 국방부 장관이 구속영장 발부 11일 만인 22일 밤늦게 석방됐다.
피의자의 구속이 합당한 지 법원에서 다시 한번 판단하는 구속적부심(拘束適否審) 절차를 통해서다. 구속으로 인한 인권침해 등을 막기 위해 실시되는 제도지만 법원이 한번 발부한 영장을 취소하는 경우는 많지 않다. 김 전 장관 구속을 통해 이명박(MB) 전 대통령까지 나아가려 했던 검찰의 수사 전략 수정이 불가피해졌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51부(수석부장판사 신광렬)는 이날 김 전 장관 측이 신청한 구속적부심 심문기일을 연 뒤 “피고인 김관진의 석방을 명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김 전 장관의 위법한 지시와 공모 여부에 대한 소명의 정도, 피의자의 변소(항변·소명) 내용 등에 비춰볼 때 범죄 성립 여부에 대해 다툼의 여지가 있어 방어권을 보장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김 전 장관의 주거가 일정하고 도망하거나 증거를 인멸할 염려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도 덧붙였다. 현재까지 검찰 수사 내용 등에 비춰보면 불구속 상태에서 향후 수사·재판받을 권리를 인정해줘야 한다는 취지다.
앞서 김 전 장관의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을 맡았던 서울중앙지법 강부영 영장전담 판사는 “주요 혐의인 정치관여가 소명되고 증거인멸 염려가 있다”고 영장 발부 사유를 밝혔다. 하지만 구속적부심 심리를 진행한 재판부는 11일 만에 이와는 다른 판단을 내렸다. 특히 혐의 입증 수준에 대해선 ‘다툼의 여지가 있다’는 표현을 썼다. 법원 관계자는 “현 시점에서 검찰과 피의자 측의 기록과 주장을 검토했을 때 더 다퉈볼 여지가 있다는 취지”라며 “앞서 구속이 소명됐다고 판단한 것이 혐의 입증이 끝났다는 의미는 아니다”고 했다.
김 전 장관 측은 A4 용지 242쪽 분량의 심사청구서를 제출하며 “불구속 재판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법정에서도 25쪽의 프레젠테이션 자료를 동원하며 석방을 요구했다. 김 전 장관 측은 이태하 전 503심리전단장과 옥도경 전 군 사이버사령관 등이 불구속 상태에서 수사와 재판을 받은 점 등을 거론하며 “형평성을 맞춰 달라”고 주장했다. 또 배우자, 두 딸과 함께 사는 점을 거론하며 “도망이나 자살 우려는 전혀 없다”고 항변했다.
갑작스러운 김 전 장관 석방에 검찰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오후 10시쯤 석방 소식이 전해지자 검찰 내부에선 대책 마련에 비상이 걸렸다. 법원의 판단을 이해하기 어렵다는 반응도 나왔다.
법조계에선 구속적부심 사유를 재판부가 상세히 설명하는 것은 이례적이란 말까지 돌았다. 고위 법관 출신 한 변호사는 “영장을 발부했던 영장전담 판사의 입장을 생각해서라도 사유는 완곡하게 적는 게 일반적”이라고 했다. 오후 10시40분쯤 서울구치소를 나온 김 전 장관은 취재진의 질문에 “수사가 계속되니 성실히 받겠다”는 말만 남긴 채 차를 타고 귀가했다.
양민철 기자 listen@kmib.co.kr
‘軍 댓글 공작’ 김관진 석방… MB 겨눴던 검찰 곤혹
입력 2017-11-23 00: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