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개 숙인 국세청장 “과거 정치적 세무조사 송구”

입력 2017-11-23 05:00

국세행정 개혁 TF가 확인한
태광실업 조사권 남용 등 사과

2008년 세무조사 때 관여 의혹
檢수사 의뢰 등 정면돌파 의지

한승희 국세청장이 과거 정치적으로 이뤄졌던 세무조사를 공식 사과했다. 국세청은 국세행정 개혁 태스크포스(TF)가 공개한 ‘조사권 남용 세무조사’ 사례를 검찰에 수사 의뢰할 방침이다.

한 청장은 22일 서울지방국세청에서 열린 국세행정개혁위원회에 참석해 “TF가 지난 20일 발표한 일부 사안에서 세무조사의 중립성과 공정성이 훼손된 것으로 보이는 정황들이 확인된 것에 대해 국세청장으로서 매우 송구스럽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지난 8월부터 민·관 합동으로 구성된 TF의 세무조사 점검결과 발표에 대한 첫 공식 입장이다.

한 청장은 “조사권 남용이 의심되는 중대한 위반행위가 확인된 사안의 경우 법과 원칙에 따라 적법 조치하라는 TF 권고사항을 적극 수용하겠다”고 말했다. 태광실업 세무조사를 비롯해 TF가 지적한 5건의 ‘부적절 세무조사’를 검찰에 수사 의뢰하겠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한 청장이 2008년 태광실업 세무조사 때 국세청 조사기획과장을 지낸 점을 감안하면 자신을 둘러싼 의혹을 정면 돌파하겠다는 의지로도 읽힌다.

TF는 태광실업 세무조사의 경우 조사권 남용이 의심된다고 지적했다. 태광실업 세무조사를 관할인 부산지방국세청이 아닌 서울지방국세청 조사4국에서 담당했는데, 이를 부당한 교차조사로 판단했다. 조사가 미처 끝나기도 전에 박연차 회장 등을 검찰에 고발 조치하는 등 절차에서도 문제가 있었다고 결론 내렸다. 연예인 김제동씨의 소속사인 다음기획, 최순실씨 단골 성형외과의 중동 진출에 부정적 의견을 제출한 이현주 DW커리어 대표 일가에 대한 세무조사도 권한을 남용한 부당한 세무조사라고 지목했다.

세종=정현수 기자 jukebox@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