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희생자 추정 유골 발견
닷새 뒤에야 국과수 의뢰
유족들은 사실 모른 채
18일 시신없는 장례식 치러
文 대통령 “있을 수 없는 일”
김영춘 장관, 책임자 보직 해임
지난 17일 세월호 희생자의 것으로 추정되는 유골이 발견됐지만 해양수산부가 이를 나흘간 은폐한 것으로 드러났다. 미수습자 5명의 가족들은 유골이 수습된 사실조차 통보받지 못한 채 지난 18일 시신 없는 장례식을 치르고 목포신항을 떠났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해할 수 없는 일이 벌어졌다”며 철저한 진상규명을 지시했다. 해수부는 사실을 은폐한 현장수습본부 김현태 부본부장을 보직해임하고 진상조사에 착수했다.
세월호 현장수습본부는 22일 세월호 선체에서 나온 사람의 손목뼈로 추정되는 유골 1점을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정밀분석 의뢰했다고 밝혔다. 이 유골은 17일 오전 11시30분쯤 선체에서 나온 반출물의 진흙을 세척하는 과정에서 발견됐다. 유해발굴감식단 관계자는 발견된 뼈가 사람의 유골일 가능성이 높다고 확인했다. 하지만 현장본부와 해수부는 지난 21일까지 이 사실을 가족들에게 알리지 않았다.
그동안 현장본부는 유골을 수습할 때마다 현장 확인 후 곧바로 세월호 선체조사위원회에 통보하고 미수습자 가족들에게 알려왔다. 이 때문에 해수부가 선체 수색 종료 시점을 앞두고 수색연장 여론이 다시 일 것을 우려해 유골 수습 사실을 은폐했다는 의혹이 제기된다. 유골은 미수습자 5명의 가족들이 목포신항을 떠나겠다고 밝힌 바로 다음 날 발견됐다. 해수부와 가족들 설명에 따르면 당시 유골 수습 사실을 보고받은 김 부본부장이 현장 관계자들에게 “내가 책임질 테니 유골 수습 사실을 아무에게도 알리지 말라”고 지시했다고 한다.
문 대통령은 관련 내용을 보고받은 뒤 “미수습자 수습은 유족들만의 문제가 아닌 온 국민의 염원인데 이렇게 안일한 대응을 했다는 게 믿기지 않는다”며 “한점 의혹 없이 (조사 결과를) 투명하게 공개하라”고 말했다고 박수현 청와대 대변인이 전했다.
‘4·16 세월호 피해자 가족협의회’ 정성욱 인양분과장은 “유가족들과 상의 후 법적 대응에 나설 방침”이라고 말했다. 김영춘 해수부 장관은 사과문을 내고 “세월호 미수습자 가족분들과 유가족분들 그리고 국민 여러분께 깊은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 관련자에 대해서는 응분의 조치를 하겠다”고 밝혔다.
세종=정현수 기자, 문동성 기자 jukebox@kmib.co.kr
해수부, 세월호 유골 발견하고도 은폐
입력 2017-11-23 05: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