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진에 극도로 민감한 반응
“최악 상황 벌어지지 않기를”
교육부, 돌발상황 대처 위해
현지 상주… 비상근무체제 돌입
여진 시 수험생 이동 대비해
포항지역 등 11시 이후 출근
강풍에 눈까지 ‘수능한파’
도로 결빙… 교통안전 주의
대학수학능력시험을 하루 앞둔 22일 오후 2시 경북 포항 장성고에 고3 수험생과 재수생 260여명이 모였다. 예비소집을 위해 모인 학생들이 삼삼오오 깔깔거리며 장난치는 모습에선 1주일 전 지진의 상처가 보이지 않았다.
속마음은 겉보기와 달랐다. 김동은(18)양은 “남구에 있는 할머니댁에서 지내며 친구들과 함께 카페나 도서관에서 공부했다”며 “다들 수능 당일 지진이 날까봐 걱정하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김태련(19)군은 “하필 우리가 시험칠 때 지진이 나 억울하다는 생각도 든다”고 전했다. 김민석(18)군은 “오늘도 여진이 발생해 불안하다”며 “내일 언어영역 시간에 긴 지문을 읽다 지진이 발생해 지문 내용을 잊어버리는 등 불상사가 생길까봐 걱정”이라고 말했다.
학생 대부분은 지진 피해가 컸던 북구 학교보다 남구 쪽 학교로 수험장이 바뀌어 그나마 불안이 줄었다고 했다. 예비소집에서는 교사가 시험 중 지진이 발생하면 어떻게 대처하는지 추가 설명을 했다. 수험표를 받은 학생들은 자신이 시험을 치를 새로운 고사장으로 흩어졌다.
교육부는 비상근무체제에 들어갔다. 김상곤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수능 당일까지 이틀간 포항교육지원청(포항지구 관리본부)에 상주하며 시험 전 과정을 총괄 관리한다. 돌발 상황에 신속히 대처하기 위해 현지 상주를 결정했다고 교육부는 설명했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도 류희인 차관을 포항에 상주시켰다. 포항 지역 고사장에 정신건강 전공의를 1명씩 파견하고 119구조대원도 2명씩 추가 배치키로 했다.
포항·경주·영천·경산 지역 관공서와 민간기업의 출근시간이 오전 11시 이후로 조정됐다. 지진 피해지역 시험장 인근에서 여진이 발생해 예비시험장으로 학생들이 이동해야 할 경우를 대비해 다른 곳보다 출근시간을 늦췄다. 교육부와 경북교육청은 여진에 대비해 포항에서 차로 1시간 안팎에 있는 영천·경산 등에 예비시험장 12곳을 마련해둔 상태다. 다른 지역은 기존과 동일하게 오전 10시 이후로 출근시간을 조정했다.
수능 당일 날씨는 전국 대부분이 영하권에 들 정도로 춥다. 기상청은 눈 내리는 곳도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최저기온은 서울 -3도, 춘천 -6도, 대전 -3도, 광주 1도, 대구 0도 등으로 예보됐다. 아침엔 서울과 경기도에서 눈발이 날릴 것으로 보인다. 중부지방을 중심으로 1㎝ 내외의 눈이 쌓일 수도 있다. 기상청은 “내린 눈이 얼어붙어 길이 미끄러울 수 있다”며 “수험생들은 교통안전에 각별히 주의하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이도경 이재연 기자, 포항=최일영 기자 yido@kmib.co.kr, 사진=윤성호 기자
오늘 수능… 학생들 “또 지진 날까 걱정”
입력 2017-11-23 05: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