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트윈스가 스토브리그에서 주축 베테랑들을 잇달아 내보내면서 팬들 사이에 논란이 커지고 있다. 오랫동안 팀에 헌신해 온 베테랑에 대한 예우가 전혀 없는 데다 자칫 팀의 구심점이 사라져 전력 약화로 이어질 것이라는 비난이 주를 이루고 있다. 반면 일부에서는 팀 체질 개선을 위해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는 견해도 있다.
LG는 22일 내야수 정성훈(37·사진)을 전격 방출했다. 또 이날 열린 2차 드래프트에서 내야수 손주인(34)과 외야수 이병규(34·7번)를 각각 삼성 라이온즈와 롯데 자이언츠에 내줬다. 한번에 30대 중후반 베테랑 3명을 내친 것이다. 1999년 해태 타이거즈에 입단한 정성훈은 2009년부터 LG에서만 9년간 활약했다. 올 시즌에도 115경기에 출전해 타율 0.312의 성적으로 녹슬지 않은 공격력을 보여줬다.
2006년 육성선수로 LG에 입단한 이병규는 처음으로 옷을 바꿔 입는다. 손주인은 5년 만에 친정으로 돌아간다. 손주인은 올 시즌 LG에서 115경기 타율 0.279, 5홈런 등을 기록했다. 특히 과거 삼성에서 함께 있었던 류중일 LG 감독이 손주인에 대한 기대가 컸다는 점에서 이번 이적은 의외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많은 팬과 전문가들은 LG가 세대교체를 이유로 베테랑의 중요성을 망각하고 인위적으로 내쫓는듯한 방식은 잘못됐다고 지적한다. 실제 정성훈은 방출 통보 이후 “팀을 옮긴다는 생각을 해 본 적이 없어 막막할 뿐”이라며 망연자실했다는 후문이다.
더욱이 이번 조치가 이순철 감독 시절인 2000년대 초와 유사해 성적과 팬심이 모두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많다. LG는 2004년 1월 코칭스태프와 갈등을 빚은 ‘야생마’ 이상훈을 SK 와이번스에 전격 트레이드했다. 또 그해 ‘꾀돌이’ 유지현을 은퇴시켰고, ‘캐넌히터’ 김재현을 자유계약선수(FA)로 SK로 보내줬다. 결국 LG는 전력 하락과 팀 분위기 와해로 2013년까지 가을야구를 하지 못하는 암흑기를 맞이했다. 반면 한 야구 전문가는 “그동안 LG 선수들 사이에선 ‘감독은 그냥 나가면 그만인 사람’이라는 분위기가 팽배했다”며 “이런 분위기를 주도하는 고참급 선수들에 대한 정리가 필요했던 것도 사실”이라고 말했다.
LG 관계자는 “양상문 단장이 일본에서 마무리훈련을 하고 있는 류 감독을 찾아가 상의 끝에 내린 결정”이라며 “유망주들을 보호하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이뤄진 것”이라고 말했다. LG는 현재 FA인 손아섭과 민병헌을 잡기 위해 사력을 다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모규엽 기자 hirte@kmib.co.kr
“베테랑 필요없다”… 쌍둥이, 스토브리그 칼바람
입력 2017-11-22 21: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