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국 업체 요구 절충한 권고안
트럼프, 60일 이내 최종 결정
삼성·LG “제품가격 인상 등
美소비자에 피해 돌아갈 것”
美공장 조기완공 등 대책 마련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가 삼성전자와 LG전자 등이 생산한 수입 세탁기에 대해 최고 50%의 관세를 물리는 내용의 세이프가드(긴급수입제한조치) 권고안을 확정했다.
무역위원회는 21일(현지시간) 연간 120만대를 넘는 수입 세탁기에 대해 첫해 50%, 2년차 45%, 3년차 40%의 관세를 추가 부과하는 TRQ(저율관세할당물량) 권고안을 마련했다.
120만대 이하 물량에 대해선 의견이 반으로 나뉘었다. 론다 K 슈미트라인 위원장 등 2명은 120만대 이하 물량에 대해서도 첫해 20%, 2년차 18%, 3년차 15%의 관세를 부과해야 한다는 안을 내놓은 반면 데이비드 조핸슨 부위원장 등 2명은 반대했다.
위원회는 수입 세탁기 부품에 대해서도 최대 50%의 관세를 추가 부과하는 TRQ를 권고했다. 첫해 5만대 초과 물량에 대해 50%, 2년차 7만대 초과하는 물량에 45%, 3년차 9만대 초과 물량에 대해 40%의 관세를 부과하는 식이다.
이번 권고안은 미국 가전업체 월풀과 한국 업계 요구를 절충한 것으로 풀이된다. 월풀은 3년간 수입 세탁기와 부품에 대해 일괄적으로 50%의 관세 부과를 요구했다. 이에 대해 삼성전자와 LG전자는 관세 부과에 반대했지만 만약 관세를 부과한다면 세탁기 145만대 초과 물량에 대해 50%의 관세를 부과해 달라고 요청했다.
이번 권고안이 받아들여지면 대(對) 미국 세탁기 수출에 적잖은 타격이 예상된다. 삼성전자와 LG전자가 미국에 수출하는 세탁기는 연간 300만대 이상(약 10억달러·1조917억원 상당)으로 추산된다. 권고안대로 하면 두 회사가 수출하는 세탁기 중 최소 180만대 이상이 관세율 50%를 적용받는다. 단,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에 따라 국내 생산 물량 20만대 정도는 대상에서 제외된다. 따라서 최소 160만대가 세이프가드 영향권에 들 수 있다.
삼성전자는 미국법인 홈페이지에 올린 입장에서 “관세 부과는 미국 소비자와 소매업자, 일자리에 파괴적인 충격을 가져올 것”이라며 “제품 가격을 올리고, 제품 선택폭을 제약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LG전자도 “최종적인 피해는 미국 소비자가 입게 될 것이므로 매우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삼성전자와 LG전자는 미국에 건설 중인 가전공장 완공 시점을 앞당겨 피해를 줄일 계획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권고안 보고 이후 60일 이내에 최종 결정을 내릴 방침이다. 정부는 최종 결정 이후 국제규범 위반 여부를 확인해 이해관계국과 세계무역기구(WTO) 제소 여부를 검토키로 했다.
김현길 유성열 기자 hgkim@kmib.co.kr, 그래픽=이은지 기자
삼성·LG 세탁기, 최악 면했지만 최소 160만대 ‘관세 폭탄’
입력 2017-11-23 05: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