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에 가면 허리가 또 아프겠지만… 지금 이 순간만큼은 참 행복해요”

입력 2017-11-22 21:05
서울 구로구 구로아트밸리에서 열린 사랑의 김장 나누기 행사에서 최삼규 국민일보 사장(왼쪽 두 번째),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의원(왼쪽 맨 앞), 이성 구로구청장(오른쪽 맨 앞) 등이 자원봉사자로 참여해 시민과 함께 저소득층에게 나눠줄 김장을 하며 활짝 웃고 있다. 김지훈 기자

“집에 가면 허리가 또 쑤시겠지만 지금 이 순간만큼은 너무 즐거워요.”

김치의 날인 22일 서울 구로구 구로아트밸리 광장에서 만난 자원봉사자 배은자(76)씨는 올해 김장나누기 행사에만 벌써 4번째 참여하고 있다고 말했다. 배씨는 “다들 조금이라도 더 자기 손으로 김치를 만들기 위해 경쟁까지 붙은 느낌이다. 김치를 많이 담가 본 내가 손이 더 빠를 수밖에 없다”며 웃었다.

이곳에선 이날 국민일보 구로구청 농협중앙회 삼성물산 따뜻한마음청소년센터 등의 후원으로 사랑의 김장 나누기 행사가 열렸다. 주황색 앞치마를 입은 60여명의 자원봉사자들은 분주하게 붉은 김칫소를 배추 잎 사이에 바르고 있었다. 김장나누기 행사에 처음 참여했다는 박상원(31)씨는 “몇 명만 참여하는 행사인줄 알았는데 이렇게 많은 분들이 오실 줄 몰랐다”며 “다들 너무 열심히 하셔서 저절로 동기부여가 된다. 더 해야 할 일은 없는지 찾고 있다”고 말했다.

최삼규 국민일보 사장과 이성 구로구청장, 더불어민주당 박영선 의원도 흰 위생복과 모자, 주황색 앞치마를 두르고 김장에 나섰다. 빨간 고무장갑을 끼고 봉사자들과 함께 하얀 배추에 붉은 양념을 쓱쓱 발랐다. 매운 고춧가루 냄새가 달콤한 꿀향기라도 되는 듯 얼굴에는 웃음이 가득했다.

이들이 담근 1180포기의 김치는 ‘사랑의 김장 나누기’ 스티커가 붙은 스티로폼 상자에 담긴 뒤 차곡차곡 쌓였다. 함께 김장을 담던 ‘이륨물류스타트업 바로고’의 퀵서비스 배달원들이 실력 발휘에 나섰다. 이들은 곧바로 김장박스를 들고 구로구 관내 280곳의 저소득가정으로 달려갔다. 자체적으로 마련한 계란 670판도 같이 전했다.

따뜻한마음청소년센터 김동옥 센터장은 “구로구는 제가 태어난 곳”이라며 “이곳 취약계층 아이들의 어려움을 잘 안다”고 말했다. 김 센터장은 “김장김치 같은 기본적 음식에서부터 취약계층 아이들이 차별을 느끼지 않도록 7년째 김장나누기 행사를 갖고 있다”고 말했다.

이형민 기자 gilels@kmib.co.kr, 사진=김지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