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여년 바다 지킨 퇴역함… 한강 ‘서울함공원’으로 재탄생

입력 2017-11-22 22:29 수정 2017-11-22 22:30
서울시 한강사업본부는 망원한강공원에 전시 체험형 함상공원인 '서울함 공원'을 22일 개장했다. 한강변에 정박 중인 1900t급 서울함에 관람객들이 올라가 풍광을 즐기고 있다. 최종학 선임기자

22일 서울 마포구 망원한강공원. 자전거를 타는 시민들 옆으로 축구장 길이(102m), 아파트 8층 높이(28m)에 달하는 거대한 ‘서울함’(1900t급)이 한강변에 정박 중이었다. 1984년 취역해 2015년 퇴역하기까지 수도권 서측해역 방어임무를 수행한 서울함이 이날부터 한강변에서 시민들을 만난다.

갑판을 지나 성인 1명이 겨우 올라갈 수 있는 좁은 계단을 4번 오르자 함장이 지휘하는 조타실이 나왔다. 자동차 기어에 해당하는 전령기를 아래로 당기자 여의도를 바라보며 정박 중인 서울함이 당장이라도 강물을 가르며 출발할 것 같았다. 퇴역 직전 교육실습지원함으로 쓰였던 서울함은 군인들이 쓰던 침실과 식당 등이 원형 그대로 보존돼 있었다.

서울시는 서울함과 고속정 ‘참수리호’, 잠수정 ‘돌고래’ 등 퇴역 함정 3척을 해군본부로부터 무상 대여해 전시·체험형 함상공원 ‘서울함공원’을 22일 개장했다.

보통 퇴역 함정들은 동남아나 중남미에 양도돼 군함으로 재사용되거나 고철로 매각된다. 서울함의 경우 고철 비용 2억∼3억원을 남기고 역사 속으로 사라질 뻔 했지만 시민들 곁에 남게 돼 평화와 안보를 되새기는 교육 공간으로 변신했다. 유재룡 서울시 한강사업본부장은 “퇴역함정을 시민과 가까운 한강으로 옮겨와 안보·평화·역사 체험 공간으로 조성했다”고 설명했다.

제1연평해전 당시 활약했던 150t급 참수리호는 지하 엔진실을 들어내고 해군의 역사와 군함 종류를 보여주는 전시관으로 거듭났다. 1층 건물을 뚫고 나온 것 같은 느낌을 주는 잠수정 돌고래는 가로 10m 가량을 절개해 시민들이 안전하게 내부를 둘러볼 수 있도록 꾸몄다.

글=김유나 기자 spring@kmib.co.kr, 사진=최종학 선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