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은 주적’ 동의하나 묻자… 이진성 “북한은 두 측면 갖고 있다”

입력 2017-11-22 19:11 수정 2017-11-22 23:22
이진성 헌법재판소장 후보자가 22일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의원들의 질의에 대답하고 있다. 뉴시스

“5·18-6·10 저항 역사 기록
사회적 합의 있다면 가능”
양심적 병역 거부 등 현안
적극적으로 답변하기도

국회, 청문 보고서 채택

이진성 헌법재판소장 후보자는 22일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남은 임기가 많지 않지만, 단 하루를 하더라도 6년을 근무하는 것처럼 매진하겠다”고 말했다. 2012년 9월 헌법재판관에 임명된 그의 임기는 2018년 9월까지다. 재판관이 소장으로 임명될 때 새로이 6년의 임기를 부여받을지 재판관 잔여 임기만 수행할지 여전한 논란이지만, 그는 지연된 사건부터 서둘러 처리하겠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임기가 논란이 되는 헌재소장 후보자는 제가 마지막이길 강력히 희망한다”고 말했다.

이 후보자는 양심적 병역거부, 낙태죄 폐지 등 헌재 계류 현안들에 대해 평의의 비밀을 깨지 않는 범위 내에서 적극적으로 답변했다. 양심적 병역거부 논란에 대해서는 “남북 대치 상황에서 대체복무제 도입이 어렵다는 주장이 있는가 하면, 아르메니아의 경우 다른 나라와 전쟁 중에도 대체복무제를 허용했다”고 말했다. 낙태죄 문제는 “태아의 생명권과 임신 여성의 자기결정권이 충돌한다지만, 꼭 충돌하는 것은 아니다”며 “미 연방대법원처럼 일정 기간 이내에는 낙태를 허용하는 방향도 가능하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이 후보자는 “헌법 전문에 5·18 민주화운동과 6·10 민주항쟁을 저항의 역사로 기록하는 것을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사회적 합의가 이뤄지고 국회에서 결정하면 충분히 가능하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민주화운동의 역사적 의미가 충분하며 전문이 고쳐진 선례도 있다고 덧붙였다.

이 후보자는 이날 “취업 군대 교육 문제에서 자신의 의견을 가질 수 있는 18세면 정치적 판단 능력도 충분하다”며 선거가능 연령을 현행 19세에서 18세로 낮추자는 의견을 재차 보였다. 그는 2013년 헌재가 19세 이상에게만 선거권을 부여하는 공직선거법 조항을 합헌 결정할 때 “18세에서 19세 사이 국민의 선거권을 침해한다”는 소수의견을 냈다.

이 후보자는 “정의(正義)는 기본적으로 각자에게 자신의 것을 주는 것”이라며 “정의의 밑바닥을 이루는 요소들은 자유 평등 균형 형평”이라고 말했다. “북한을 주적으로 봐야 한다. 동의하느냐”는 질문에는 “북한은 두 가지 측면을 갖고 있다”고 답했다. 하지만 청문위원이 말을 자르고 “단답형으로 답하라”고 채근하자 “그렇게 질문하시면, 그렇게 보고 있다”고 말했다.

인사청문회는 신상 문제나 여야 공방 없이 비교적 부드러운 분위기 속에 진행됐다. 이 후보자는 인사말 중 원고에서 눈을 떼고 김종삼 시인의 ‘누군가 나에게 물었다’는 작품을 암송했다. 그는 “시인과 다름없이 살아가시는 인정 많은 우리 국민들이, 헌법이라는 우산 아래 기본적 인권을 보장받아야 한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그는 5년 전 헌법재판관 인사청문회에서는 김 시인의 ‘장편2’를 암송했다.

국회 인사청문특별위원회는 청문회 종료 후 이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 경과보고서를 채택했다. 여야가 합의할 경우 이르면 24일 예정된 국회 본회의에서 인준안 표결이 이뤄질 것으로 전망된다.

이경원 최승욱 기자 neosar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