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전협정 위반한 北 향해… 판문점서 조사결과 ‘낭독’

입력 2017-11-23 05:00
지난 13일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에서 귀순 북한 병사가 지프 차량에서 내려 남쪽으로 달리고 있다. 뉴시스

남북 직통전화 4년째 차단
마땅한 접촉 수단 없어
JSA서 北향해 ‘위반’ 낭독

유엔군사령부는 북한군이 귀순 병사를 쫓는 과정에서 정전협정을 두 차례 위반했음을 북측에 통보했다. 유엔사와 북한군 간 직통전화가 4년째 차단된 탓에 공동경비구역(JSA)에서 유엔사 관계자가 북측을 향해 조사 결과를 낭독해야 했다. 북한은 1990년대 이후 정전협정 자체를 인정하지 않고 있어 현실적인 제재 수단도 사실상 없다.

유엔사가 22일 공개한 CCTV 영상은 북한군 추격조가 군사분계선(MDL) 남측을 향해 총격을 가하는 모습, 북한군 1명이 MDL을 넘었다가 돌아가는 모습 등을 담고 있다. 1953년 7월 체결된 정전협정은 비무장지대(DMZ)와 MDL에서의 적대행위 및 군인과 민간인의 MDL 무단 통과를 금지했다. 이 규정에 비춰보면 북한군의 잘못은 명백하다.

하지만 북한은 오래전부터 협정의 구속력을 인정하지 않고 있다. 정전협정 체결 직후부터 최근까지 북한이 저지른 협정 위반 건수는 45만 건에 달한다. 정전협정 무력화 시도도 계속됐다. 93년부터 정전협정이 ‘빈 종잇장’이라며 효력을 부인하던 북한은 2013년 3차 핵실험 직후 ‘정전협정 백지화’를 일방적으로 선언했다. 유엔사와 북한군 간 장성급 군사회담도 2009년 3월 이후 8년째 열리지 않고 있다.

북한군 병사가 JSA 안에서 자동사격 기능이 있는 AK 소총을 발사한 것이 협정 위반에 해당한다는 지적도 있다. 정전협정 체결 직후 열린 4차 군사정전회담에서 양측은 “JSA에서는 권총(피스톨)과 소총(라이플)을 소지할 수 있으며 기관총(머신건)과 자동소총(오토매틱)은 안 된다”고 합의한 바 있다. AK 소총은 자동사격 기능이 있어 엄밀히 따지면 역시 합의 위반에 해당한다.

다만 유엔사는 북한군의 AK 소총 소지 문제는 제기하지 않았다. 추격조가 당시 AK 소총으로 자동사격을 했는지 여부가 분명치 않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자동화기 소지 금지 조항 자체가 무의미해졌다는 주장도 있다. 우리 군과 미군도 자동사격이 가능한 K2와 M16 소총을 JSA 안에서 휴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조성은 기자 jse13080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