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새 검증 기준보다 중요한 건 대통령의 인식 변화다

입력 2017-11-22 17:23
청와대가 22일 7대 비리 관련 고위 공직 후보자 인사 검증 기준을 발표했다. 병역면탈, 세금탈루, 부동산 투기, 위장전입, 논문표절 등 5대 인사 배제 원칙에 음주운전과 성범죄 항목이 추가됐다. 7대 기준에 미달하더라도 고의성, 상습성, 중대성이 있는 경우 임용을 배제하겠다고 밝혔다. 임용 예정 직무와 관련된 비리와 관련해선 더욱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겠다고 했다. 외형상으론 문재인 대통령의 5대 원칙 기조를 수정 확대하면서 구체적 적용 기준을 적시했다는 점에서 진일보한 측면이 없지 않다.

그러나 세부적으로 들어가 보면 실상은 다르다. 대부분의 후보자들이 걸렸던 위장전입의 경우 부동산 투기 또는 자녀의 선호 학교 배정 목적으로 2회 이상인 경우로 한정했다. 빠져나갈 구멍을 넓혀 놓은 것이다. 논문표절도 2007년 2월 이전에 대해선 면죄부를 줬다. 추가된 성범죄와 음주운전 기준은 구색 맞추기 성격이 강하다. 기존에도 성범죄로 처벌 받은 경우 공직에서 당연히 배제했다. 음주운전 10년 이내 2회 이상 적발 규정은 관대하기까지 하다. 5대 원칙의 후퇴라고 할 수 있다. 인사자문회의 설치도 실효성에 의구심이 들 뿐 아니라 기존 인사 라인의 책임을 전가시키려는 미봉책에 불과하다.

새로운 기준 설정보다 중요한 것은 문 대통령의 인식 변화다. 원칙이 바뀐들 대통령이 직접 추천한 인사를 걸러내기란 쉽지 않다. 국회 인사청문회를 참고용 정도로 여기는 인식으론 더욱 그러하다. 높은 지지율만 믿고 자신의 울타리 내에서 사람을 찾고, 흠결이 드러나도 밀어붙이는 행태는 언제든 재연될 수 있다. 초심으로 돌아가야 한다. 문 대통령은 취임사에서 적재적소를 인사 대원칙으로 삼겠다고 했다. 지지 여부와 관계없이 훌륭한 인재를 삼고초려해서 일을 맡기겠다고 했다. 대통령이 아닌 국민의 눈높이에서 인사를 바라봐야 한다. 또 5대 원칙 훼손에 대해 문 대통령이 직접 설명할 의무가 있다.

아울러 기존 인사 라인의 인물들을 문책해야 마땅하다. 새로운 사람을 찾고 달라진 기준으로 검증하기 위해선 인적 쇄신이 불가피하다. 조국 민정수석과 조현옥 인사수석은 먼저 책임지는 자세를 보여야 온당하다. 문 대통령의 공약인 인사추천실명제 도입도 적극 추진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