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 부채 증가 속도 줄었지만 여전히 ‘과속’

입력 2017-11-23 05:05 수정 2017-11-23 17:24

주택담보·기타대출 큰 폭↑
인터넷은행 신용대출도 급증

금융 당국 강력한 억제책으로
2분기보다 31조 증가 그쳤지만
소득보다 빚 증가 속도 가팔라


가계부채가 1420조원에 육박했다. 경제 규모가 커지면 부채도 당연히 몸집을 불리기 마련이다. 다만 속도가 문제다. 가계소득에 견줘 부채 증가세가 여전히 빠르지만, 금융 당국의 강력한 억제책으로 조금씩 속도가 늦춰지고 있다. 하지만 예금은행의 기타대출이 이런 흐름을 정면으로 거슬렀다. 통계편제 이후 역대 최대 증가폭을 보였다. 카카오뱅크 출범에 따른 인터넷전문은행 신용대출 확대에다 주택담보대출 규제에 따른 풍선효과 등이 맞물린 결과다.

한국은행은 가계신용 잠정치가 3분기 말 현재 잔액기준으로 1419조1277억원에 이른다고 22일 밝혔다. 가계신용은 가계대출에 판매신용(카드 미결제액, 자동차 할부금 등)을 합친 액수로 가계부채를 총체적으로 보여주는 지표다.

가계신용은 2분기 말과 비교해 31조원 증가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과 견줘 122조원 늘어난 것으로 9.5%의 증가율이다. 가계신용의 연간 증가율이 한 자릿수로 내려가기는 2015년 2분기(9.2%) 이후 처음이다. 가계부채 증가세가 한풀 꺾이고 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그럼에도 안심하긴 이르다. 예금은행의 주택담보대출과 기타대출 모두 증가폭이 커졌다. 주택담보대출은 2분기보다 8조원 늘었으며 올해 가장 큰 증가폭을 보였다. 한은에선 3분기 주택매매와 분양·입주 물량이 2분기보다 10∼60% 늘어난 점을 원인으로 꼽았다. 2015년 건설경기 붐이 일었을 때 착공했던 주택들이 이제 완공돼 수도권 중심으로 쏟아져 나오고 있다. 정부의 8·2 부동산 대책 이전에 대출을 받으려던 수요도 영향을 미쳤다.

예금은행의 기타대출은 3분기에 7조원 증가해 2006년 통계 작성 이후 최대 증가폭을 보였다. 기타대출은 신용대출, 마이너스통장 등을 포괄한다. 한은은 “카카오뱅크의 신규영업 영향에다 일부 소비심리 개선 효과가 더해졌다”고 설명했다. 3분기 카카오뱅크와 케이뱅크의 대출 액수는 2조7000억원으로 월 1조원씩 가계부채를 늘리고 있다.

한은은 가계부채 증가세가 소득 증가분보다 월등히 높다는 데 우려를 표시한다. 문소상 한은 금융통계팀장은 “3분기 9.5%의 증가율은 2010∼2014년 평균 6.9%의 증가율과 비교해 아직도 높은 수준”이라며 “경제성장률이 3% 수준임을 고려하면 소득보다 부채 증가 속도가 매우 빠른 편”이라고 말했다.

한편 카카오뱅크 등장으로 3분기 스마트폰 뱅킹 이용자와 대출 액수가 크게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은에 따르면 스마트폰 뱅킹 이용금액은 하루 평균 4조1379억원으로 2분기보다 11.2% 늘었다. 스마트폰 뱅킹의 실제 이용고객 수도 9월 말 현재 5665만명으로 3개월 만에 11.7% 증가했다. 인터넷뱅킹으로 대출 신청한 건수는 3분기에 하루 평균 1만4800건, 대출 신청 금액은 1819억원이었다. 전기 대비 각각 72.4%, 78.8% 급등했다.

글=우성규 기자 mainport@kmib.co.kr, 그래픽=공희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