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극은 감정의 깊이 전할 수 있어 매력적” 세계적 연출가 옹켕센

입력 2017-11-23 00:05
창극 ‘트로이의 여인들’의 옹켕센 연출가가 21일 서울 중구 국립극장 달오름극장에서 최종 리허설을 시작하기 전 사진 촬영을 하고 있다. 그는 “창극을 한 번도 관람한 적 없는 관객들에게도 매력적인 무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최종학 선임기자

국립창극단의 창극 ‘트로이의 여인들’이 22일 개막했다. 그런데 이 작품의 연출가는 한국인이 아닌 싱가포르 연출가 옹켕센(54)이다. 그는 2014년부터 싱가포르예술축제 예술감독을 맡아 축제를 성공적으로 이끌어온 아시아 대표 연출가. 동서양의 전통을 결합한 연출로 주목받고 있다.

21일 서울 중구 국립극장에서 만난 옹켕센은 창극을 좋아하는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다. “창극의 소리는 항상 아름답지 않아 매력적이에요. 서양 오페라의 소리는 항상 너무 아름답기만 하죠. 이런 면에서 창극은 감정의 깊이를 전할 수 있는 힘이 있어요. 창극은 스토리텔링에 집중하는 판소리와 달리 극적 상황에 치중해요. 인간관계에서 파생하는 한의 정서를 여러 변화를 주면서 표현할 수 있죠.”

트로이의 여인들은 지난해 국내 초연에 이어 지난 9월 싱가포르 관객과 만났다. “초연 때는 거칠었어요. 하지만 날것 그대로에서 오는 감동이 있었죠. 싱가포르 공연은 창극을 모르는 관객에게 다가가기 위해 그만큼 다듬어졌죠. 이번 세 번째 공연은 그동안의 경험이 쌓여 깊이가 생겼어요. 배우들이 뼛속 깊숙이 인물을 체화해 그 자체가 돼 버린 느낌입니다. 날것 그대로의 공연과 다듬어진 공연의 장점이 한데 어우러졌다고 할까요.”

작품은 트로이가 그리스 스파르타 연합군과의 10년에 걸친 전쟁에서 패배하면서 트로이의 여인들이 승전국 그리스의 노예로 끌려가기 전 몇 시간의 이야기다. 트로이 비극을 우리 소리로 풀어낸 것이다.

“전쟁 중 여성들이 겪는 이야기예요. 처음에는 배우들이 트로이 비극을 낯설게 느꼈어요. 하지만 연습할수록 개인의 비극에 공감하면서 인물에 녹아들어가는 게 느껴졌어요. 배우 한 명 한 명의 소리가 있는 그대로 드러나 슬픔과 분노, 한의 정서를 전할 수 있도록 집중했습니다.”

연출진은 한국 중국 싱가포르 미국 출신으로 다양하다. “차이가 창조를 만든다고 믿습니다. 싱가포르 사회는 기존 체제에 몰입돼 새 것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어요. 한국도 마찬가지이고요. 이런 국제적 협업을 통해 차이를 조율하면서 새로운 진실을 발견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다음 달 3일까지 서울 중구 국립극장 달오름극장. 2만∼5만원.

권준협 기자 gaon@kmib.co.kr, 사진=최종학 선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