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기연, 내달 5일 예정대로 출범… 한국교회 4개 연합기구 체제로

입력 2017-11-23 00:00
한국교회연합(한교연)이 지난 17일 한국기독교연합(한기연) 불참을 통보했다. 한교연이 밝힌 불참 사유는 “법인 인수에 따른 세부사항을 추후 협의하기로 했는데 지켜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속내는 조직을 지키려는 선택이라는 평가 속에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와의 통합을 위한 수순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이로써 한국교회는 4개 연합기구 체제로 재편된다. 수평적 리더십을 표방하는 한기연의 구조는 타 연합기관에도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인다.

한기연, 한국교회 95% 이상 동참

다음 달 5일 출범하는 한기연에는 ‘장·감·성·순·침’(장로교, 감리교, 성결교, 순복음, 침례교)이 동참한다. 한기총에는 ‘순·침+군소교단’이, 한교연에는 ‘예수교대한성결교회+예장합동개혁+군소교단’만 남을 전망이다. ‘감·순+예장통합+진보성향 교단’으로 구성된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에는 별다른 변화가 없다.

눈에 띄는 것은 한기총의 핵심 멤버였다가 이탈한 예장합동, 한교연 설립의 핵심 멤버였던 예장통합, NCCK의 핵심 멤버인 기독교대한감리회, 교단 위상이 점점 높아지고 있는 예장대신이 한기연에 동참한다는 사실이다. 이들 4개 교단만 합해도 교회 수가 3만6000개에 육박한다.

여기에 한기연 동참 의사를 밝힌 예장고신, 합신, 기독교대한성결교회, 기독교한국침례회, 기독교대한하나님의성회 여의도순복음 등까지 합치면 한국교회 95% 이상이 동참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예성, 예장합동개혁, 한국기독교장로회, 군소교단만 빼고 한기연이라는 지붕 아래 모두 모이는 셈이다.

4개 기구 콘텐츠 경쟁 본격화

교계가 4개 기구로 재편되면 콘텐츠 경쟁 및 합종연횡이 본격화될 전망이다. 회원교단과 대형교회가 지원할 수 있는 인력과 재정에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특히 한교연이 출범 6년 만에 핵심교단 이탈로 흡수·합병 및 해체위기까지 갔던 사례는 적잖은 시사점을 던져 주고 있다. 회원교단, 교계의 입장을 대변하지 않고 조직 유지와 내부 정치에 함몰되면 위기를 맞을 수 있음을 보여줬다.

한교연이 한기연 창립에 불참함에 따라 한기총과 물밑 통합 논의도 시작됐다. 엄기호 한기총 대표회장이 한교연과의 통합에 의지를 갖고 있는 데다 회원교단 이탈로 재정위기에 놓인 한교연 입장에서 생존방안을 찾아야 하기 때문이다.

한기연의 출범은 새로운 연합운동의 패러다임도 예고하고 있다. 전직 총회장 등 교단의 입장과 동떨어진 인사가 과열선거를 통해 대표가 되는 현재의 선거방식을 과감히 탈피하기 때문이다.

한기연 관계자는 “주요 현직 교단장들이 돈 싸움, 권력 싸움이라는 과거의 낡은 패러다임, 실패한 운영방식을 더 이상 따르지 않겠다는 강한 의지를 갖고 있다”면서 “이것은 한 사람에게 권력이 집중되던 1인 리더십을 탈피하겠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백상현 이사야 기자 100s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