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 도르트문트, 손흥민에 ‘벌벌’

입력 2017-11-23 05:00
토트넘 홋스퍼의 손흥민(오른쪽)이 22일(한국시간) 독일 도르트문트의 지그날 이두나 파크에서 열린 보루시아 도르트문트와의 2017-2018 유럽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UCL) 조별리그 H조 5차전에서 후반 31분 역전 결승골을 넣은 뒤 해리 케인(왼쪽)과 함께 기뻐하고 있다. AP뉴시스

손흥민, 도르트문트전 10경기서 8골

챔스리그 조별 5차전 결승골
‘게겐프레싱’ 전술 도르트문트
뒷공간 침투 ‘손’에게 먹잇감
분데스리가 시절에도 킬러 명성

양봉업자. 손흥민(토트넘 홋스퍼)의 별명 중 하나다. ‘꿀벌 군단’ 보루시아 도르트문트와의 경기에 워낙 강해 붙은 별명이다. 손흥민은 2017-2018 유럽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UCL) 조별리그 H조 5차전에서도 도르트문트의 골문을 열었다. 도르트문트와의 10번째 경기에서 8번째 골을 넣은 것이다. 손흥민이 도르트문트만 만나면 펄펄 나는 이유는 뭘까.

손흥민은 22일(한국시간) 독일 도르트문트의 지그날 이두나 파크에서 열린 도르트문트와의 경기에서 1-1로 맞서 있던 후반 31분 골을 터뜨려 팀의 2대 1 역전승을 이끌었다. 해리 케인과 함께 투톱으로 선발 출전한 손흥민은 후반 31분 델리 알리가 페널티지역 왼쪽에서 땅볼 패스를 찔러 주자 오른발로 높이 차 올려 골문 오른쪽 상단을 뚫었다. 이번 시즌 UCL 2호 골이자 시즌 4호 골이었다.

영국 축구통계사이트 ‘후스코어드닷컴’은 손흥민에게 평점 8.3점을 줬다. 양 팀 선수를 통틀어 평점 8점 이상을 받은 선수는 손흥민이 유일하다. 또 토트넘은 이 경기에서 이기며 디펜딩 챔피언 레알 마드리드를 제치고 조 선두로 16강에 진출했다.

손흥민은 경기 후 “왜 도르트문트 상대로 골을 많이 넣는지 잘 모르겠다”며 “함부르크 시절에도 도르트문트를 상대로 골을 넣었다. 자신감이 생기고 있다”고 말했다.

손흥민은 분데스리가 시절 이미 도르트문트 킬러로 명성을 날렸다. 함부르크 시절 4골, 레버쿠젠 시절 1골 등 6경기에서 5골을 터뜨렸다. 도르트문트는 위르겐 클롭 감독 시절(2008년 7월∼2015년 6월) ‘게겐프레싱’을 구사했다.

게겐프레싱은 전방위 압박을 통해 상대로부터 볼 소유권을 빼앗는 순간 곧바로 역습으로 전개하고, 역습을 시도하다 볼을 빼앗기면 즉시 압박해 볼 소유권을 되찾는 전술이다. 이 전술을 펼치기 위해선 수비라인을 과감히 끌어올려야 한다. 하지만 필연적으로 뒷공간을 내줘야 하는 문제점을 안고 있다. 빠른 스피드를 앞세운 뒷공간 침투가 장점인 손흥민에게 도르트문트는 그야말로 쉬운 먹잇감이었다.

클롭 감독이 떠난 뒤에도 도르트문트의 전술은 크게 바뀌지 않았다. 2015-2017 두 시즌 도르트문트를 이끌었던 토마스 투헬 감독에 이어 이번 시즌 사령탑에 오른 피터 보츠 감독 모두 다소 변형하긴 했지만 게겐프레싱을 이어받았다. 도르트문트의 플레이 스타일을 훤히 꿰뚫고 있는데다 자신감까지 더해지니 손흥민이 도르트문트를 만나면 강한 모습을 보일 수밖에 없다.

손흥민은 2015년 8월 토트넘으로 이적한 뒤엔 클럽 대항전에서 도르트문트를 괴롭히고 있다. 손흥민은 2015-2016 유럽축구연맹(UEFA) 유로파리그 경기에서 한 골을 기록한데 이어 이번 시즌 UCL 조별리그 1차전과 5차전에서 잇따라 골을 터뜨렸다. 꿀벌 군단에게 손흥민은 그야말로 악몽 그 자체다.

김태현 기자 tae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