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님은 인종과 종교를 떠나 우리 모두를 당신의 형상대로 빚으셨습니다. 예수님은 지극히 낮은 자에게 한 것이 곧 내게 한 것이라고 하셨죠. 우리가 굶주림이 일상인 이웃을 도와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데이비드 비즐리 유엔세계식량계획(WFP) 사무총장이 22일 오전 서울 중구 앰배서더호텔에서 진행된 한국교회봉사단 조찬기도회에 참석해 한국의 기독교인들이 굶주림 없는 세상을 만드는 데 동참해 달라며 이같이 밝혔다.
침례교인인 비즐리 사무총장은 성경구절을 수차례 인용하며 설교와도 같은 인사말을 해 눈길을 끌었다. 그는 마태복음 25장 35∼46절 말씀을 암송했다. “내가 주릴 때에 너희가 먹을 것을 주었고, 목마를 때에 마시게 하였고, 나그네 되었을 때에 영접하였고”로 시작되는 이 구절은 이웃과 나눔을 실천하라는 설교에서 자주 인용된다.
비즐리 사무총장은 “기독교인들은 이미 성경을 통해 이웃의 아픔을 돌보는 사명을 부여받았다”면서 “어려운 이웃을 외면하는 것은 예수님을 등지는 것과 같다”고 신앙인의 책임을 강조했다.
한국이 지원받던 나라에서 원조국으로 전환됐다는 점도 언급했다. 그는 “1964년부터 20년 동안 WFP의 지원을 받던 한국이 이제는 각종 지원을 하는 나라가 됐는데 이는 기적과도 같은 일이고 축복”이라면서 “앞으로 지원 규모를 더욱 늘려 달라”고 당부했다. 그러면서 “한국이 매년 150만t에 달하는 비축 쌀을 모두 굶주리는 이웃을 위해 지원해 달라”고 요청했다.
그는 지난 6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기근 해소를 위한 예산을 줄이려 하자 “딸인 이방카가 나서서 아버지를 설득해 달라”고 호소하기도 했다. 그에게 굶주림을 줄이는 일은 신앙과도 같았다.
비즐리 사무총장은 “잠자리에 들 때마다 WFP가 도운 사람들 대신 돕지 못한 이들을 생각한다”면서 “재정에 한계가 있기 때문에 누구를 살릴지 늘 결정해야 하는 일이 무척 고통스럽다”고 고충을 토로했다. 그러면서 한국교회들이 ‘성냥’이 돼 달라고 했다.
그는 “어두움을 밝히기 위해선 작은 성냥만 있어도 된다”면서 “성냥이 모여 큰불을 만들어내듯 작은 사랑을 모아 큰 사랑으로 만들자. 이것이 바로 우리가 기억해야 할 하나님의 명령”이라고 덧붙였다.
비즐리 사무총장은 이날 서울 종로구 서울역사박물관에서 열린 ‘제로 헝거를 위한 동행’ 행사에 참석했다. WFP는 기아 퇴치를 위한 유엔 산하의 인도적 지원기구로 매년 80개국에서 8000만명을 지원하고 있다. 한국교회봉사단은 WFP의 공식 협력기관으로 북한 영유아 영양지원사업에 협력하고 있다.
글=장창일 기자 jangci@kmib.co.kr, 사진= 강민석 선임기자
“굶주림 없는 세상 만들기, 한국교회 동참을…”
입력 2017-11-23 0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