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군사령부가 22일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에서 북한 병사 귀순 당시 북한군이 정전협정을 위반했다는 조사결과를 발표했다. 유엔사가 공개한 CCTV 영상에는 북한군이 귀순 병사를 추격하면서 군사분계선(MDL) 너머로 총을 쏘고, 그중 1명은 MDL을 넘는 장면이 담겼다. 김씨 일가 세습독재체제 유지를 위해서라면 정전협정 정도는 아랑곳하지 않고 쓰러진 동료에게 총격을 가하는 북한군의 비이성적 행태와 호전성이 다시 한번 확인된 것이다.
그러나 정작 북한을 제재할 수단은 없다. 유엔사는 협정 위반 사실을 통보하고 회의 소집을 요청했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판문점에서 유엔사와 북한군의 통신 채널이 끊어진 상황에서 위반 사실 통보란 유엔사 군사정전위원회 소속 장교가 MDL 앞에서 조사결과문을 낭독하는 게 전부다. 회의 요청은 북한이 거부하면 그만이다. 심각한 도발이 있었지만 늘 그랬듯 응징할 방법이 전혀 없는 것이다.
유엔사 특별조사단이 “JSA 경비대대는 현명하게 대응했다”고 결론 내렸지만 “적군은 휴대조차 금지된 자동소총을 난사하는데 우리 군은 공중에라도 총 한번 못 쏘는가”라는 여론이 비등한 것은 제재 방법이 전혀 없기 때문이다. 확전 가능성을 지나치게 염려해 북한에 얼마든지 도발해도 문제없다는 식의 여지를 또 남긴 것은 아닌지 유엔사가 아니라 우리 입장에서 생각해야 한다. 유엔사의 지휘를 받는 JSA 경비대대에 한국군 교전수칙을 탄력적으로 적용하는 방법을 진지하게 모색할 필요가 있다.
북한의 호전성이 언제 어디에서 다시 드러날지 알 수 없다. 전쟁은 결코 일어나서는 안 된다. 그러나 꼭 필요할 때 현장에서의 초기 대응이 미약하면 작은 일을 오히려 크게 키울 수도 있다. 23일은 북한이 연평도에 포격 도발을 한 지 7년째 되는 날이다. 당시 우리 군의 강력한 초기 대응이 북한의 호전성을 제압했던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
[사설] 정전협정 정도는 아랑곳하지 않는 북한의 호전성
입력 2017-11-22 17: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