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nd 경제인사이드] 블록체인, 세계경제 ‘체인지’… 新동력이 된 보안기술
입력 2017-11-23 05:05
보안 안정성 검증된 블록체인
올 세계 금융기관 80% 도입 전망
보험금 자동청구 서비스 이어
전기화재 원인 분석에도 활용
데이터 무제한 문서 관리시스템
해운물류 등 다양한 분야로 확산
세계 경제 구조를 바꿀 핵심 기술로 꼽히는 ‘블록체인’이 금융권을 넘어 전 산업으로 확대되고 있다. 국내 대표 정보기술(IT) 서비스 기업들도 글로벌 시장을 공략하기 위한 계획을 세우고, 글로벌 블록체인 컨소시엄에 가입하거나 독자적으로 플랫폼을 개발하는 등 시장 선점 경쟁에 뛰어들고 있다.
미미한 기술격차, 커다란 기회
기존 금융권 거래는 거래 기록을 통째로 중앙 서버에 남겼다. 하지만 블록체인은 기록을 거래 참가자 모두에게 분산해 공유하는 디지털 장부다. A라는 사람이 B에게 돈을 보낸다면 해당 거래 정보가 담긴 디지털 조각인 블록이 먼저 생성된다. 블록은 금융사, 거래 당사자 등과 자동으로 연결되고 검증 과정을 거친다. 문제가 없을 경우 블록은 공개 장부의 거래로 기록된다. 이후 B는 돈을 받는다. 다방면으로 거래 내역이 관리되기 때문에 데이터 위조·해킹이 원천적으로 차단된다는 의미다.
시장조사 업체 가트너에 따르면 블록체인 시장 규모는 2022년 100억 달러(약 11조원)로 커진다. 블록체인은 지난해 ‘다보스 포럼’으로 불리는 세계경제포럼(WEF)에서 4차 산업혁명을 이끌 10대 기반 기술로 선정된 바 있다. WEF는 올해 중 전 세계 금융기관 가운데 80%가 블록체인을 도입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기도 했다. 당초 블록체인은 금융 거래를 위한 기술로 탄생했지만 향후 대부분 산업에 적용될 것으로 보인다. 블록체인 기술이 보안성·투명성·신속성을 무기로 인터넷에 버금가는 혁명을 불러올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선진국과 기술 격차가 크지 않아 국내 기업들에도 선점 기회가 남아 있는 시장으로 평가된다.
블록체인 통해 보험금 청구도 자동으로
블록체인 기술이 보험업에 접목돼 실손의료보험금을 자동으로 청구하는 시대가 열린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한국정보화진흥원은 ‘블록체인 기반 실손의료보험금 자동청구 서비스’를 교보생명과 함께 구축했다고 22일 밝혔다. 현재 실손의료보험은 가입자가 의료기관에 진료비를 지불한 뒤 진료기록 사본과 보험금청구서를 제출해 보험금을 청구해야 한다. 절차가 번거롭다보니 청구 금액이 소액인 경우 보험금 청구를 포기하는 사례도 발생한다.
이번에 구축한 자동청구 서비스는 블록체인 기반 인증을 통해 보험금청구서 작성과 진료기록 사본 전달을 자동으로 처리해 가입자가 손쉽게 보험금을 청구할 수 있게 한다. 보험 가입자가 병원에서 자동청구 의사를 밝히고 스마트폰 앱으로 보험사로 보내야 할 진료기록들을 선택하면 보험금 청구 접수가 완료된다. 이때 보험 가입자와 보험사, 의료기관이 함께 보험 인증 정보를 공유해 검증한다. 여기서 보험금 자동청구 여부가 결정되고, 보험금 청구의 전 과정이 블록체인에 기록돼 투명하게 관리된다.
올해 12월부터 수도권 내 3개 병원과 교보생명 가입자 일부를 대상으로 운영될 이번 시범 서비스는 관련 성과를 바탕으로 사업자 간 협의에 따라 향후 전국 중대형 병원으로 확대될 예정이다.
앞서 과기정통부는 지난 14일 한국전기안전공사·SK텔레콤과 함께 ‘블록체인 기반 전기화재 발화지점 분석 지원 서비스’를 구축하기도 했다. 현재는 전기화재 발생 시 사진, 도면, 탐문을 활용해 발화 원인을 분석한다. 하지만 대부분 화재로 소실돼 발화지점 파악이 어려워 건물 소유자와 임차인, 손해보험사 간 책임소재에 대한 법적 분쟁이 자주 발생한다.
새 서비스는 전기적 방전에 의해 발생하는 화재 정보를 블록체인에 기록한다. 해당 정보가 전기화재 원인 규명 시 객관적 증거능력을 지닌 자료로 활용될 수 있도록 지원한다. 올해 4월부터 상업용 건물, 전통시장 등 10개 장소를 대상으로 시범사업이 진행됐고 내년에 20개 장소로 확대된다.
고도화 단계 진입, 치열해지는 기술 경쟁
블록체인 적용 분야가 다양해지면서 동시에 기술도 고도화되는 추세다. KT는 전자문서 데이터를 무제한으로 저장할 수 있는 차세대 전자문서 관리 시스템을 개발해 지난 17일 공개했다. KT의 블록체인은 용량과 형식에 상관없이 기업의 어떤 데이터라도 저장이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이를 기반으로 가맹점 계약서 및 증빙 자료에 대한 저장·관리 기능을 제공하는 전자문서 관리 시스템이 개발됐다. 새 전자문서 관리 시스템은 연내 BC카드에 처음 도입될 예정이다.
삼성SDS는 블록체인에 대대적인 투자를 단행했다. 글로벌 블록체인 개발 프로젝트 ‘하이퍼레저’에 가입한데 이어 지난 5월 블록체인 기술 표준 개발을 진행 중인 글로벌 블록체인 연합 ‘엔터프라이즈 이더리움 동맹(EEA)’에도 가입했다.
삼성SDS는 현대상선, 관세청 등과 함께 지난 9월 해운물류에 블록체인을 적용한 결과를 발표했다. 우선 컨소시엄은 부산항에서 중국으로 향하는 현대상선과 남성해운의 수출 물량을 대상으로 블록체인 기술을 적용했다. 그 결과 보안이 강화되면서 수출입 관련 서류의 위변조가 방지됐다. 물류와 관련된 업무 문서와 화물 위치정보 등을 관계자 모두에게 실시간으로 공유함으로써 업무 처리가 빨라지는 결과도 얻었다. 해상운송과 관련된 다양한 기업과 기관에서 이전에는 종이문서, 이메일 등을 통해 개별적으로 전달했던 문서·정보가 블록체인 기술 적용 뒤에는 실시간으로 공유됐다.
SK C&C는 올해 초 블록체인 전담팀을 조직하며 기술 개발을 본격화하고 있다. SK텔레콤의 사물인터넷(IoT) 전용망인 ‘로라’를 활용해 컨테이너 화물 위치추적 및 관리에 블록체인 기술을 접목하고 있다. 사람의 개입을 최소화하면서 화물의 정보 수집 및 계약 등 전반적인 물류 과정을 효율화한다는 방침이다.
LG CNS는 2015년 국내 최초로 블록체인 기반 비상장 기업의 전자증권을 시험 발행하며 기업용 블록체인 기술 확보를 위한 역량을 키워왔다. 지난 5월에는 글로벌 금융 특화 블록체인 컨소시엄인 R3 CEV에 가입했다. 이어 지난 6월에는 R3의 금융 블록체인 플랫폼 ‘코다’와 LG CNS의 블록체인 프레임워크 및 솔루션을 결합해 ‘LG CNS 블록체인 플랫폼’을 출시했다. LG CNS 관계자는 “LG CNS 블록체인 플랫폼은 모든 참여자의 합의가 필요한 기존 블록체인 기술에 비해 높은 정보 기밀성 확보와 함께 거래 합의에 걸리는 시간을 획기적으로 단축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글=유성열 기자 nukuva@kmib.co.kr, 그래픽=이석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