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경 속 실패한 인물 통해 성찰하기

입력 2017-11-23 00:00
실패한 성경의 인물들을 통해 자신의 약점과 완악함을 용기 있게 인정하고, 가난한 마음으로 하나님께 나가야 한다고 저자는 말한다. 그림은 야코포 틴토레토의 ‘아벨의 살해’.
말씀 앞에 자신을 비추어 보고, 삶의 지혜를 구하는 사람이 용기 있는 그리스도인이다. 책은 실패한 성경의 인물들을 유심히 살펴본다. 오늘을 살아가는 ‘나’의 모습일 수 있기 때문이다. 가인, 라반, 바로, 아간, 삼손, 사울, 압살롬, 아합, 게하시, 욥의 세 친구 등을 통해 인간 내면에 잠재된 폭력성과 갑질 본능, 고집, 탐욕, 이기적인 사랑, 인정 중독, 흐려진 분별력, 무능력, 소모적 논쟁 등을 수면 위로 들춰낸다. 그리고 신앙적 성찰의 기회로 삼자고 제안한다.

가인의 ‘폭력성’

어떤 이유인지 정확하게 알 수 없지만 하나님께선 가인과 그의 제물을 기뻐하지 않으셨다. 가인은 분노했고 하나님의 경고에도 불구하고 동생 아벨의 목숨을 빼앗았다. 하나님은 분노하는 가인을 꾸짖으셨다. “네가 분하여 함은 어찌 됨이며 안색이 변함은 어찌 됨이냐.”(창 4:6) 가인은 분노할 이유가 없었다. 하나님께서 자신의 제물을 받지 않으시면 자신을 돌아보는 시간을 갖고 회개하면 된다. 그러면 사랑과 은혜의 하나님께서 가인과 그 제물을 다시 받으셨을 것이다.

저자는 가인을 통해 우리 안에 감춰진 폭력성을 이야기한다. 자기보다 약한 자에게 폭력을 행사하고, 자기보다 강한 자에게 비굴한 태도를 보이는 인간의 죄성은 학력과 소득 수준으로 서로를 비교하는 현대사회에 고스란히 전해진다. 저자는 폭력성을 소멸하기 위해서 선한 일을 행하라고 말한다. “폭력성은 선하게 살기를 거부하는 성향이기 때문에 선을 행하면 폭력성은 사라질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선을 행한다는 것은 무엇일까요? 선을 행한다는 것은 착하게 사는 것이 아니라 올바르게 사는 것입니다.”(23쪽)

라반의 ‘갑질 본능’

인간의 숨길 수 없는 ‘갑질 본능’이 라반에게도 있었다. 라반은 야곱을 조카가 아니라 돈을 주고 마음대로 부릴 수 있는 일꾼으로 삼았다. 라반은 다른 사람의 사랑도 자신의 이익을 위해 이용했다. 야곱은 라반의 딸 라헬을 아내로 얻기 위해 7년을 일했고, 다시 7년을 더 일했다.

예수님은 ‘갑을 관계’라는 사회적인 단어를 일상의 언어로 바꾸셨다. 그것은 바로 ‘염려’였다. “‘목숨을 위하여 무엇을 먹을까 무엇을 마실까… 염려하지 말라’(마 6:25) 염려의 대상은 자신의 생명입니다. 우리는 자신의 생명을 유지하고 가족의 생명을 연장시키기 위해서 염려합니다. 자신의 염려를 다른 사람에게 전가하는 것이 갑을 관계의 핵심입니다… 예수님께서는 사회악을 만들어 가는 갑을 관계의 핵심인 염려를 하지 말라고 하십니다.”(49쪽)

세상의 삶을 소유 개념이 아니라 언약 개념으로 바라볼 때 갑질 본능은 사라진다. 나와 상대방 사이에 하나님이 존재하심을 알고 두려워한다면 서로를 하나님의 백성으로 존중하게 된다.

사울의 ‘인정 중독’

민심이 천심이라고 생각했던 사울은 민의를 중시하는 최고의 지도자가 아니었을까. 하지만 성경은 사울과 그 세 아들의 비극적 결말을 보여준다. 사울의 삶이 비극으로 마감된 것은 사울이 하나님의 뜻보다 사람의 뜻을 따랐기 때문이다. 인정(認定) 중독에 매달린 그의 삶을 요약한 말이 있다. “나는 심히 다급하니이다.”(삼상 28:15) 인정받는 것에 목말라하면 체면을 지키지 않고 부끄러움을 모르게 된다. “평생 사람의 인정에 목마르다가 인정을 받으면 교만해지고 인정을 받지 못하면 낙심합니다. 인정을 지속적으로 받고 싶어서 욕심을 내게 되고 결국에는 추한 모습으로 변하기도 합니다.”(51쪽)

압살롬의 ‘다중 인격’

압살롬은 우리의 복잡한 삶과 인격을 그대로 대변한다. 완벽해 보이는 압살롬이 위험한 이유는 아이러니하게도 완벽해 보이기 때문이다. 세상은 그의 준수한 겉모습에 관심을 갖지만 성경은 압살롬의 인격에 관심이 있다. 압살롬은 자신의 좋은 이미지로 이웃의 마음을 훔칠 수 있었다. 그러나 하나님과 단절된 압살롬은 아버지 다윗을 반역했을 때, 하나님까지 반역했다. “누군가에게 인정을 받고 싶은 마음이 탐욕과 연결될 때 우리 안의 압살롬은 다시 등장합니다. 자신의 겉모습을 꾸며 사람들의 마음을 얻으려 하지 말고 하나님의 마음에 합한 자가 되기 위해 기도해야 합니다.”(76쪽)

책은 독자에게 자신의 약점과 완악함을 용기 있게 인정하고, 가난한 마음으로 하나님께 나아가 그분의 은혜를 구하라고 시종일관 권면한다.

이지현 선임기자 jeeh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