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들 ‘파이’ 더 챙기기
매출 정체인데 순익은 늘어
새 사업 찾기보다 현실 안주
1000원 어치 팔면 58.9원 남겨
혁신은 뒷전 이익만 챙겨
신규사업 진출 업체 1.9% 뿐
국내 기업이 좀처럼 역동성을 되찾지 못하고 있다. 매출액은 제자리걸음인데 순이익만 늘었다. 새로운 사업에 도전하기보다 기존 사업에 안주하면서 이윤을 쥐어짜는데 급급한 모습이다.
통계청은 기업활동을 조사한 결과 지난해 1만2472개 기업이 2166조원의 매출을 거뒀다고 21일 밝혔다. 전년 대비 약 7조원 증가했지만 전반적인 하향세를 뒤집기에는 증가폭이 미미했다. 기업 매출은 2013년 2257조원에서 2015년 2159조원까지 매년 하락세였다. 이번 조사는 상용근로자 50인 이상이면서 자본금 3억원 이상인 법인을 대상으로 했다.
매출이 정체하는 동안 순이익(법인세 차감 전 기준)은 늘었다. 지난해 기업이 올린 순이익은 128조원이다. 전년 대비 18조원 증가했다. 기업이 1000원의 매출을 올려서 남긴 돈은 58.9원이었다. 역시 전년에 비해 8.5원 늘었다.
이런 현상은 국내 기업이 처한 현주소를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한국경제연구원 김윤경 기업연구실장은 “기업들이 새로운 사업에 도전하거나 과감한 인수·합병(M&A)으로 사업구조를 혁신해 나가기보다 기존 사업에 머무르면서 이윤을 더 남기는 데에만 집중하고 있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지난해 신규 사업에 진출한 기업은 239곳에 불과했다. 조사대상 기업의 1.9%에 그친다. 그마저도 4차 산업혁명 관련 사업에 새롭게 뛰어든 기업은 81곳에 그쳤다.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찾아나서는 기업이 그만큼 드문 것이다. 주력사업에 변동이 있는 기업은 484곳이었다. 49.6%는 주력사업을 확장했고, 나머지는 축소(37.4%) 또는 이전(13.0%)했다.
기존 사업에 안주하는 기업들은 아웃소싱 등으로 비용 절감에 골몰하고 있다. 내부업무를 외부업체에 위탁한 기업의 비율은 73.5%로 전년대비 0.4% 포인트 상승했다. 2011년 이후 지속적으로 줄다가 6년 만에 증가세로 돌아섰다. 경비·청소·시설관리나 운송·배송 업무의 아웃소싱이 많았다.
김 실장은 “기업 활동의 역동성을 높이려면 기업의 사업구조 혁신 노력이 있어야 하고, 기업이 더 과감하게 신사업에 나설 수 있도록 정부의 정책지원도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정부는 규제완화를 비롯한 ‘혁신 성장 대책’을 마련 중이다.
세종=정현수 기자 jukebox@kmib.co.kr
일자리 성적표 ‘극과 극’
청년 취업자 비중 역대 최저
60대 이상 일자리 사상 최대
10월 청년 취업 393만명 그쳐
60대 이상은 전체 16.4%나
3년 미만 일자리가 절반 이상
장기 근속자 20%도 안돼
청년층(만 15∼29세) 일자리가 계속 줄고 있다. 지난달 청년 취업자 비중은 바닥을 찍었다. 반면 60대 이상 고령층 취업자 비중은 최대치를 경신했다.
또 근속기간 3년을 채우지 못하는 일자리가 전체 일자리의 절반을 넘어섰다.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임금격차는 250만원까지 벌어졌다. 일자리의 질이 떨어지고 양극화는 심화되고 있다.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은 ‘일자리 엔진’이 여전히 차갑게 식어 있다.
통계청은 지난달 청년 취업자가 전년 동월 대비 5만2000명 감소한 393만명이라고 21일 밝혔다. 감소폭으로만 보면 2013년 8월 이후 가장 크다. 청년 취업자가 전체 취업자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4.6%에 그쳤다. 지난 7월만 해도 15.2%였던 청년 취업자 비중은 3개월 연속으로 감소하면서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다.
이와 달리 60세 이상 취업자 비중은 꾸준히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석 달째 상승세를 타면서 16.4%까지 올라섰다. 지난해 일자리통계에서도 비슷한 현상이 나타난다. 청년층 일자리는 2015년보다 3만개 줄어든데 비해 60세 이상 일자리는 28만개 늘었다.
한 직장에 오래 다니는 이들을 찾아보기도 힘들어졌다. 지난해 전체 일자리 가운데 근속기간 3년 미만인 일자리는 1302만개에 달했다. 비중으로 56.0%나 된다. 공무원을 포함해 10년 이상 장기 근속자 비중은 19.2%에 머물렀다. 기업 규모가 작을수록 근속기간은 더 줄어든다. 지난해 대기업의 평균 근속기간은 6.9년인데 중소기업은 4.0년에 불과했다. 그만큼 고용이 불안정한 것이다.
커지는 임금격차도 고용 안정성을 해치고 있다. 지난해 임금근로자의 월평균 임금을 분석한 결과, 대기업 근로자는 월평균 474만원을 받았다. 중소기업은 224만원이었다. 매월 250만원의 임금격차가 발생했다.
남성과 여성 사이 소득격차도 좁혀지지 않고 있다. 지난해 남성이 월평균 327만원을 벌어들이는 동안 여성은 209만원의 소득을 거뒀다. 남성이 여성보다 118만원 많았다.
청년층의 열정페이(열정을 빌미로 한 저임금 노동)도 여전하다. 지난해 청년층의 월평균 소득은 182만원이었다. 60세 이상 고령층(186만원)보다 적은 돈을 벌고 있는 것이다.
세종=신준섭 기자 sman321@kmib.co.kr, 그래픽=이석희 기자
기업은 ‘현실안주’ 취업은 ‘고령층’… 떨어지는 ‘경제활력’
입력 2017-11-22 05: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