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정부 초대내각 분석… 정치인 42%, 적폐청산에 대거 투입

입력 2017-11-22 05:00 수정 2017-11-22 10:20

문재인정부 초대 내각은 국무총리와 전체 18개 부서 중 8곳(42.1%)이 전·현직 정치인으로 채워졌다. 부실 검증과 코드 인사 논란 등이 겹치면서 ‘의원 불패’ 신화를 받아들인 것으로 해석된다. 초대 내각 중 정치인 비중은 김대중정부(47.1%) 이후 가장 높다. 노무현정부는 11.1%, 박근혜정부는 11.8%였고, 이명박정부는 현직 의원이 한 명도 포함되지 않았다.

지역적으로는 부산·경남(PK)과 서울·경기, 호남 출신이 각각 5명으로 가장 많다. 이어 충청(3명), 대구·경북(TK·1명) 순이다. 강원도는 한 명도 포함되지 않았다. 문 대통령이 공약했던 여성 장관 30% 시대도 다음으로 미루게 됐다.

문재인정부 초대 내각에는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의원 5명이 입각했다. 김부겸 행정안전부 장관, 도종환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김영주 고용노동부 장관,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 김영춘 해양수산부 장관이다. 여기에 19대 국회에서 재선에 성공했던 김영록(전남 해남·완도·진도)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19대 국회 비례대표 출신인 홍종학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이 내각에 합류했다. 전·현직 의원 출신 장관은 7명으로, 전체 장관의 3분의 1이 넘는다.

정치인 출신 장관의 경우 국민 눈높이에 맞는 정책을 추진한다는 뚜렷한 장점이 있다. 문 대통령과 국정 철학을 같이하는 만큼 예산 등 정부 차원에서 힘을 실어주는 면도 적지 않다. 반면 지나치게 많은 정치인이 포진하면서 정부 정책이 포퓰리즘(인기 영합주의)으로 흐를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문재인정부에서 정치인이 포진한 부처는 대부분 적폐청산 작업이 진행되는 곳들이다. 행안부와 해수부는 세월호 참사, 문체부는 문화계 블랙리스트, 국토부는 4대강 사업 등이 핵심 과제로 꼽힌다. 정치인 장관들이 균형감각을 발휘할지, 청산작업의 선봉에 설지도 주목되는 포인트다.

지역적으로는 탕평 인사와 함께 강원도·TK의 소외가 두드러진다. 문재인정부가 지방선거는 물론 향후 총선에서도 공을 들이고 있는 PK 지역은 대거 약진했다. 유영민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부산), 백운규 산업통상자원부 장관(경남 창원),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경남 함안), 정현백 여성가족부 장관(부산), 김영춘 장관(부산)이 모두 PK 출신이다.

서울·경기 역시 5명의 장관을 배출했다. 문재인정부 최고 스타 중 한 명인 강경화 외교부 장관(서울)을 시작으로 조명균 통일부 장관(경기 의정부), 김은경 환경부 장관(서울), 김영주 장관(서울), 홍종학 장관(인천)이다.

호남 출신도 이낙연 국무총리(전남 영광)를 포함해 5명이다. 김상곤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광주), 박상기 법무부 장관(전남 무안), 김영록 장관(전남 완도), 김현미 장관(전북 정읍)이 호남 출신이다. 충청도는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충북 음성), 송영무 국방부 장관(충남 논산), 도종환 장관(충북 청주) 등 3명이다. TK 출신은 김부겸 장관(경북 상주)이 유일하다. 강원도는 한 명도 발탁되지 않았다. 다만 내각은 아니어도 장관급인 홍남기 국무조정실장(강원 춘천)이 체면치레를 했다.

야당은 문재인정부 내각을 ‘캠·코·더’(캠프·코드·더불어민주당) 인사라며 비판하고 있는데, 근거가 있는 비판이다. 지난 대선에서 문 대통령의 예비·대선캠프에 참여했던 인사가 5명(김상곤 유영민 송영무 백운규 김은경)이고 대선 자문그룹 인사가 1명(박능후)이다. 문 대통령 지지층인 시민단체 출신도 2명(박상기 정현백)이다. 전·현직 민주당 의원 출신 장관 7명을 합하면 15명에 달한다. 역대 정권과 비교하더라도 지나치게 많다는 비판이 나온다. 김동연 경제부총리,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 인선처럼 좌우와 진영을 가리지 않는 능력 위주 인사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여성 장관은 강경화 김은경 김영주 김현미 정현백 장관 등 5명이다. 18명의 장관 중 27.8%다. 마지막 퍼즐이었던 중기부 장관에 여성이 기용됐을 경우 33.3%를 기록할 수 있었다. 장관들의 평균 연령은 61.2세로 박근혜정부(59.1세)보다 높다. 대학별로는 서울대·고려대·연세대 등 ‘스카이’(SKY) 출신이 10명으로 과반을 차지했다.

강준구 문동성 기자 eyes@kmib.co.kr, 그래픽=이석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