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오산시 한신대 예배당에서 21일 오후 연규홍 총장의 취임식이 열렸습니다. 지난 9월 한국기독교장로회 정기총회에서 인준을 받은 연 총장의 공식 임기가 비로소 시작된 것입니다. 취임식은 엄숙하게 진행됐지만, 마냥 축하받는 자리가 될 수는 없었습니다. 이날 취임식은 학내 구성원 간의 온갖 갈등과 다툼 끝에 얻은 상처투성이의 열매였기 때문입니다.
지난 8일부터 취임식 바로 전날까지 학생들은 연 총장과 이사회의 퇴진을 요구하며 총회가 있는 서울 종로구 한국기독교연합회관에서 단식 농성을 벌였습니다. 곡기를 끊고 투쟁을 외쳤던 학생들은 20일 오후가 돼서야 극적으로 연 총장 및 교단 관계자들과 협상 테이블에 앉았습니다. 한자리에 앉기까지 쉽지 않은 과정이 있었습니다. 단식 투쟁을 벌이던 학생들은 병원에 실려 갔고, 보다 못한 교수들이 함께 단식에 동참했습니다. 총학생회장과 신학대학원 원우회장, 민주적 총장선출 특위위원장 등이 나서서 간극을 좁히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협상 결과의 핵심은 두 가지입니다. 학교 본부와 교수협의회, 직원노조와 총학생회가 참여하는 4자 협의회가 결정한 방법과 절차에 따라 연 총장에 대한 신임평가를 임기 내에 한다는 것입니다. 연 총장은 그 결과를 따르기로 했습니다.
이미 지난 6월 16일 4자 협의회가 합의한 ‘총장후보자선거규정’을 정관에 삽입한다는 것도 눈길을 끄는 대목입니다. 교수와 직원, 학생이 선거권을 갖는 총장 직선제의 도입을 의미하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타결됨에 따라 학생들은 단식을 중단하고 병원에 입원해 회복 중입니다. 의미 있는 합의라는 평가도 있지만 과연 ‘무엇을 얻었느냐’는 반문도 나옵니다. 학생들은 연 총장과 이사회 퇴진을 요구하며 초겨울 강추위 속에서 단식까지 했지만 당초 목표를 관철하지 못했습니다. 자퇴서까지 내는 배수진을 쳤음에도 버티는 이사회와 연 총장 앞에서 달리 쓸 무기가 없었습니다.
연 총장은 우여곡절 끝에 총장으로 취임했고, 학교 운영의 전권을 다시 쥐게 됐습니다. 하지만 이렇게 모든 것이 마무리됐다고 생각하면 오산일 것입니다. 오랫동안 민주화 운동과 민중신학의 산실로 자리매김해 왔던 ‘민주 한신’의 회복을 위해서 갈 길이 멉니다.
연 총장은 취임사에서 학생들과의 합의서 작성을 두고 “민주 한신을 위한 새 전기를 마련한 것”이라고 평가했습니다. 이 약속이 제대로 지켜질지는 두고 볼 일입니다.
오산=글·사진 장창일 기자 jangci@kmib.co.kr
[미션 톡!] 학내 분규 끝낸 한신대 연규홍 총장 취임… 상처투성이의 열매
입력 2017-11-22 00: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