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경제 주체들이 그저 안전하게, 과거 전례에 따라 기계적이고 형식적으로 하는 자세에 젖어 경제 활력이 떨어지고 있다.”
이규성 전 재정경제부 장관은 21일 서울 영등포구 전경련회관에서 열린 ‘외환위기 극복 20년 특별대담’에서 현재 한국경제의 문제를 이같이 진단했다. 이 전 장관은 외환위기 직후인 1998년 3월 김대중정부 초대 재정경제부 장관으로 취임해 이듬해 5월까지 경제정책 전반을 관리하며 외환위기를 수습했다.
이 전 장관은 먼저 한국 경제가 고령화, 낮은 자본생산성, 청년 실업 등으로 성장 잠재력이 약화되고 있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이러한 문제에 제대로 대처하기 위해선 정보통신기술(ICT) 융합과 4차 산업혁명과 같은 기술 대변혁에 제대로 대비하고 과거 관례에 따르지 않는 창의적인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국경제가 ‘냄비 속 개구리’처럼 서서히 죽어가고 있다는 지적과 관련해선 “냄비 속 개구리인지, 냄비 밖 개구리인지는 실효성 있는 명쾌한 해결 방안을 제시하고 있느냐에 따라 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한국경제와 관련한 논의들은 어제오늘 있었던 것은 아니다”며 “이제 문제는 실천력”이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기업들도 사회적 사명을 제대로 실천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그는 “기업들이 (외환위기 때처럼) 이익은 사유화하고 비용은 사회화하는 일을 되풀이해선 안 된다”고 지적했다.
이 전 장관은 외환위기의 원인을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지 않는 제도에 우리가 너무 안주하고 있었기 때문”이라고 봤다. 외환위기를 조기에 극복할 수 있었던 원동력으로는 김대중 전 대통령의 리더십, 사회구성원들의 단결된 노력, 국제사회의 협조 등을 꼽았다. 나아가 그 기저에는 국제사회의 한국에 대한 신뢰가 자리 잡고 있었다고 분석했다. 그는 “국제사회 협조의 기본바탕은 우리에 대한 신뢰에서 왔다”며 “앞으로도 신뢰를 잃으면 회복하기 힘들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고 말했다.
대담에 함께 나선 현정택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원장은 외환위기 때와 비교할 때 대외 건전성은 나아졌지만 경제 기초체력은 나빠졌다고 지적했다. 현 원장은 “경상수지, 외환보유액 규모 등 대외 건전성 부분은 외환위기 당시에 비해 개선됐지만 저성장, 양극화, 가계부채 급증 등 대내 펀더멘털이 약화됐다”고 진단했다. 이어 “4차 산업혁명으로 전환하기 위한 획기적인 조치가 없으면 한국 경제의 중장기적인 전망은 상당히 어렵다”고 덧붙였다.
김현길 기자 hgkim@kmib.co.kr
“경제주체 안일한 자세 때문에 경제 활력 떨어져”
입력 2017-11-21 18:37 수정 2017-11-21 21:37